[육아고민 없는 사회로]
시행률 낮은 기업에 벌금 물리고… 휴직 가능기간 넉넉하게 늘리고
소득대체율 높여 급여 현실화를
많은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육아 관련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오히려 더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육아휴직 안 쓰는 기업에 불이익 주자
연간 출생아 수는 48만4300명(2012년 기준)이지만 출산휴가를 쓰는 사람은 9만3394명(19.3%),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6만4069명(13.2%)뿐이다. 산모 중 직장에 다니는 여성의 수가 적다는 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이 정부가 기업의 의무를 보다 강화하고, 재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물리듯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물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15∼49세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을 산출한 뒤 10∼20% 이하면 의무금을 내게 하는 식이다. 그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일정 부분 강제성이 필요하다”며 “불이익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육아휴직 가능 기간 좀더 늘리자
프랑스의 경우 여성이 자녀를 낳으면 출산휴가 이후에 3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은 0∼2세 영아기에 주된 양육자의 꾸준한 보살핌을 받아야 서로 간 애착과 신뢰가 형성되고, 정서가 건강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여성이 일을 관두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육아를 할 수 있게 되면 국가 경제에도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공무원의 경우 육아휴직을 3년 쓸 수 있지만 민간기업 종사자들은 1년밖에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 육아휴직 가능 기간을 2년으로 늘리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 유모 씨(31)는 “아이가 18개월은 돼야 안심하고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살짜리 아기는 아프거나 힘들어도 의사표현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보호자가 유심히 관찰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 기간도, 대다수 기업의 인사 주기도 2년이다. 육아휴직을 2년 쓸 수 있다면 시기를 잘 맞출 경우 인력 공백으로 인한 타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육아휴직 가능 기간이 1년이면 1년을 써도 ‘최대한 꽉 채워서’ 쓰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2년이 보장되면 보다 마음 편히 1년을 쓸 수 있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육아휴직 가능 기간은 스웨덴(480일), 핀란드(158일) 등은 짧지만 훨씬 활성화돼 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된 것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육아휴직 급여소득 대체율 올리자
육아휴직을 좀더 활성화하려면 육아휴직 급여도 대폭 올려야 한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를 최대 100만 원 지급하되, 그것도 15%는 직장 복귀 6개월 후에 지급한다. 100만 원은 올해의 3인 가구 최저생계비(132만9118원)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독일은 2007년부터 휴직자들에게 육아휴직 급여를 종전 임금의 67%씩 지급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종전 소득을 100% 보장받으면서 육아휴직을 47주 쓰거나 80% 보장받으면서 57주 쓰는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는 158일간의 육아휴직 기간에 초반 30일은 기존 소득의 75%를, 나머지 기간은 70%를 보전해준다.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재원이 허락된다면 소득대체율을 60∼80%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장은 “육아휴직을 포기하는 남성들은 휴직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낮아 생활하기 힘들다는 이유가 대부분인데 소득대체율을 높여서 경제적인 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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