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 중국 정치인들조차 질투하는 이 드라마는 사실 중국에서 방송되기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400세가 넘은 외계인이라는 사실이다.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의 ‘중외합작 촬영제작 관리규정’에 따르면 외계인이나 귀신, 전생 같은 ‘미신을 선전하는 내용’은 영화와 드라마에선 금지 사항이다. 중국에서 촬영한 한중 합작영화 ‘중천’(2006년)은 죽은 영혼이 머무는 중간계를 소재로 했다가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다.
비과학적인 내용 말고도 교사와 학생의 사랑이나 미성년자의 결혼, 시간여행, 남북문제 같은 소재도 금기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송사의 해외수출 담당자는 “중국은 나이별 등급제가 따로 없는 탓에 모든 상영물의 수준을 전체상영가에 맞춰야 하다 보니 제한받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별그대가 까다로운 심의가 존재하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동영상 서비스에 있다. 2, 3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온라인 시장으로 선회해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 드라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반면에 인터넷은 사전 심의가 없다”고 전했다. 그 덕분에 방송 ‘시차’도 사라졌다. 한국에서 수요일 저녁 방송된 드라마는 목요일 새벽이면 중국어 자막이 달려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다.
공략 매체가 젊어짐에 따라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장르도 바뀌었다. 윤재식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 차장은 “예전에는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같은 홈드라마나 사극이 인기였으나 요즘은 ‘상속자들’ 같은 트렌디 드라마가 대세”라면서 “일본 한류 팬은 40, 50대가 주류를 이루는 데 비해 중국은 젊은층이 많다. 이들은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최신 문화를 소비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중국 시장은 오랫동안 ‘돈은 안 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시장으로의 방송 콘텐츠 수출액은 1100만 달러(약 117억 원)로 일본(1억1208만7000달러)의 10%에도 못 미친다(2012년 기준). 해적판 DVD, 불법 다운로드 같은 콘텐츠 유통 구조의 문제도 장애 요소였다. 그러나 중국 내 온라인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중국을 기반으로 한 ‘제2의 드라마 한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판권 가격은 2012년 70분 드라마 1회당 2000만 원 안팎이었는데 별그대 신드롬을 거치며 가격이 배로 뛰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는 회당 5000만 원에 온라인 판권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는 한류 발전의 여전한 변수다.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별그대의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는 방송용 판권을 팔기 위해 주인공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바꾸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지 않고서는 안방극장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인터넷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 출범을 계기로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까지 규제의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정부 규제가 큰 벽인 만큼 중국의 방송 콘텐츠 수입제한 조치를 완화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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