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따뜻한 잔소리’ 광고를 만든 양영옥 제일기획 마스터. 그는 보험사 광고에서 ‘발상의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색다른 보험회사 광고 하나가 등장했다. 한화생명의 ‘잔소리 베이비’ 광고다. 지난해 말 본편 첫 회와 올해 초 2회, 3회가 나가면서 ‘잔소리 베이비’는 일약 스타가 됐다. 첫 회 ‘운동’편에서는 구레나룻을 단, 그러나 아주 귀엽게 생긴 주인공 아이가 한화생명의 상징인 주황색 옷을 입고 나와 시청자를 쳐다보며 말하는 방식이다. “바쁘니까. 피곤하니까. 운동 못하는 핑계도 참 많다. 그러다가 숨쉬기 운동도 힘들어집니다. 지금 바로 운동하세요.” 이후 이 광고는 큰 화제가 됐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따뜻한 잔소리’라는 새로운 유형의 보험회사 이미지 광고를 만든 제일기획 양영옥 마스터를 만났다.
―기존 보험회사 이미지 광고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데….
“광고주로부터 ‘인지도 향상’에 대한 주문을 많이 받았다. 그간의 광고들을 살펴보니 정말 다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당신의 미래’ ‘당신의 가족’ ‘당신의 행복’을 위한 보험. 다 이런 메시지였다. 기존 보험사 광고와 차별화하자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보험사 광고 중 좋은 광고도 많이 있다. 문제는 성공한 것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다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광고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광고 전략을 고민할 때쯤 친척 한 명이 암에 걸렸다. 너무 안타깝고 슬프고 안쓰럽고 그랬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됐다. 그런데 이후 그가 많은 보험료를 받은 걸 알게 됐다. 그 다음엔 내가 많이 아팠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파보니 돈이고 뭐고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프면 돈이고 뭐고 아무 소용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직접 아파보고 완전히 깨달은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TV 광고에서 나오는 ‘당신 아프면 돈 줍니다’라는 방식의 광고가 전혀 와 닿지 않더라.”
‘잔소리 베이비’가 등장하는 한화생명 ‘따뜻한 잔소리’ 광고. 운동을 권하는 첫 편에 이어 올해 초에는 세뱃돈이라는 주제에 맞춰 ‘돈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내보냈다. 제일기획 제공―그래서 ‘잔소리’를 생각했나.
“이때 들었던 생각이 ‘진짜 나를 생각한다면 내가 아프지 않게 먼저 도와주는 보험사가 필요한 게 아닐까’였다. 보험사가 병원이나 의사는 아니다. 그러나 ‘사후 관리’는 어느 보험사나 하는 거고 사전에 나를 위해 뭔가 얘기해주는 보험사는 특별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잔소리’라는 콘셉트가 나왔다. 잔소리는 대부분 일이 나기 전에 “너 담배 피우지 마라” “운동해라” 등을 얘기해주는 게 아닌가. 현재는 ‘돌직구’가 난무하는 시대일 뿐 진짜 잔소리는 사라진 시대가 아닌가 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잔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 편이 나가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보험광고는 아무리 포장해도 ‘공포심’을 자극하는 게 기본 아닐까.
“보험은 더이상 누군가가 공포를 자극하고 ‘꼭 가입해야 한다’고 적극 권유해야만 사는 상품이 아니다. 소비자들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가입하는 시대가 됐다. 주위에 암 환자가 있으면 ‘아, 나도 하나 들어야겠구나’ 생각하고 바로 알아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소비자들은 아주 똑똑해져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공포’를 자극해 상품 구입을 ‘푸시’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저 브랜드가 저렇게까지 얘기를 해주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게 오히려 효과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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