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지하철 3호선 삼송역이 있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로 189 일대. 지하철 출구를 나서자 왕복 8차로인 삼송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하지만 다른 역세권과 달리 대로에는 1, 2층의 낮은 점포들만 늘어서 있다. 이 일대는 2007년 1월 그린벨트에서 풀렸지만 변한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한창인 주변과 달리 삼송역 옆에는 낡은 상가와 낮은 집들뿐이었다. 삼송역 5번 출구 방향으로 난 주택가 골목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만큼 좁았고, 노면은 오랫동안 포장하지 않아 파이고 울퉁불퉁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어도 여전히 아파트 같은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12일 내놓은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처럼 겉으로 보이는 규제는 풀렸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규제의 족쇄에 묶인 불합리한 현실에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해 온 지방의 산업생산규모와 일자리를 늘릴 대책으로 평가하면서도 난개발 방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그린벨트 규제 풀린 뒤에도 개발제한
지난달 경기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삼송로 189 일대의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총면적의 비율) 한도를 종전 130%에서 상한선인 150%까지 올렸다. 전에는 여기에 2층 집이나 소규모 점포만 지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층 주택도 지을 수 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지역에서 20여 년간 살아온 김대중 씨(72)는 “‘용적률이 180% 정도로 올라갈까’ 하는 기대를 하며 살던 집을 헐고 다세대주택을 지으려 설계까지 의뢰했다”며 “3층 정도로는 건축비도 못 뽑을 것 같아 신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 1656개 그린벨트 해제 지역 가운데 기성 시가지와 인접해 있거나 주거용도 외에 상가 등의 용도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많은 곳은 지방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도 제한을 풀어줄 예정이다. 삼송로 189 일대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될 경우 용적률이 150%에서 250% 안팎으로 늘어나 20여 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다만 용도변경의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으며 이 지역이 용도변경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지금까지 그린벨트 해제 용지는 공공주택 같은 공공목적으로만 사용돼 왔다”면서 “이곳에 상업시설이 허용되면 민간사업자들의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좁은 땅 활용도 높이려 명분 양보
정부는 올 6월에 그린벨트 해제 지침을 개정해 임대주택용지 매각 공고일로부터 6개월 안에 매각이 안 되면 분양주택용지로 바꿔주기로 했다. 임대주택단지 건설을 위해 그린벨트 규제를 풀었다가 임대용지를 사려는 건설업자가 없어 오랜 기간 땅이 비어 있어도 다른 용도로 바꾸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혁신도시에 민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의 분양가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해 인하하기로 했다.
또 규제 특례나 인센티브를 집중 지원하는 ‘투자 선도지구’ 제도가 신설된다. 집중적인 지역개발을 위해 지난 정부가 만든 개발촉진지구, 특정지역, 광역개발권역, 지역개발종합지구, 신발전지역 등 5개 지역개발 제도를 ‘지역개발사업구역’으로 통합하고 이 가운데 전략적인 구역을 투자선도지구로 지정해 용적률 완화,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투자선도지구는 지역 중심지에 지정하는 거점형 선도지구(10만 m² 이상으로 1000억 원 이상 투자, 300명 이상 고용 창출)와 농어촌에 주로 지정하는 낙후형 선도지구(3만 m² 이상으로 500억 원 이상 투자, 150명 이상 고용 창출)로 나뉘어 지정된다.
이와 함께 도심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차장법 시행령을 연내에 바꿔 주차빌딩에 들어갈 수 있는 시설물 목록에 상업시설, 업무시설 외에 주거용 시설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주차빌딩과 원룸을 결합한 시설이 생겨 민간주차장 사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도시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으나 공원이 만들어지지 않은 용지를 민간이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지금은 민간투자자가 20%까지만 수익시설을 짓고 나머지 80%를 공원으로 만들어 지자체에 기부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70%만 기부하면 된다.
원칙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하도록 한 해묵은 규제도 점진적으로 푼다. 일단 바이오 및 벤처기업 부설 연구소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점차 농지 소유가 가능한 기업과 개인의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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