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오미자, 식품규제 풀었더니 매출액 20배넘게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창조한국 프로젝트]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1>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담=임규진 부국장·김광현 소비자경제부장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부터)이 14일 서울 종로구 계동로에 위치한 인촌고택에서 임규진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광현 소비자경제부장과 대담하고 있다. 옆 테이블에는 ‘추사 애플와인’과 온도에 따라 꽃잎 색깔이 변하는 ‘매직로즈’ 등 창조농업 성과물이 놓여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부터)이 14일 서울 종로구 계동로에 위치한 인촌고택에서 임규진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광현 소비자경제부장과 대담하고 있다. 옆 테이블에는 ‘추사 애플와인’과 온도에 따라 꽃잎 색깔이 변하는 ‘매직로즈’ 등 창조농업 성과물이 놓여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자유무역협정(FTA) 개방에 맞서 우리 농업이 살길은 ‘창조농업’밖에 없습니다. 농업은 절대로 한물간 산업이 아닙니다. 농업 현장 곳곳에 퍼진 ‘덩어리 규제’를 완화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하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계동로 인촌고택에서 가진 동아일보·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채널A는 17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이 장관과의 대담을 방송한다.

○ ‘6차 산업’이 창조농업

―창조농업이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농업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 산업, 관광·유통 등 3차 산업을 융·복합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6차 산업’이 되어야 한다.

1990년대 일본 도쿄대의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 교수와 ‘아시아의 소농(小農)’이 살길을 논의하다 6차 산업이라는 화두가 나왔다. 신선했다. 그는 ‘1+2+3=6’이어서 6차 산업이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1×2×3=6’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창조농업은 기존의 것을 단순히 더하기보다 곱해서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창조농업을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경북 문경시 오미자산업이 대표적이다. 오미자는 원래 한약재로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1990년대 이를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그 덕분에 오미자 와인, 빵, 막걸리 등 60여 종의 관련 상품이 나왔다. 또 오미자를 수확하는 11월이면 축제를 통해 연간 7만5000명을 끌어들인다. 쇠락하는 탄광촌이었던 문경은 오미자로 활기를 띤다. 오미자 열매만 팔았던 2005년 40억 원(300여 농가)에 그쳤던 매출액이 2012년 기준으로 895억 원(1000여 농가)으로 22배나 늘었다.”

―창조농업으로 돈을 많이 번 사례도 있나.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향인 충남 예산시에서 ‘추사 애플와인’을 제조·판매하는 ‘예산 사과와인 주식회사’다. 평범한 과수원이었던 이곳은 과수원 대표의 사위가 캐나다에서 와인 양조법을 배워 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 사위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사과로만 와인을 만들었다. 딸도 숙박 프로그램과 사과파이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와인이 잘 팔리면서 사과 판매액도 기존(연 5000만 원)보다 3배로 늘어 1억5000만 원이 됐다.”

○ R&D로 일본에서 ‘딸기독립’

―창조농업은 농업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기존엔 봄에 씨앗 뿌려 가을에 추수하는 걸 농업으로 봤다. 이제는 농업의 정의가 달라지는 추세다. 과거엔 곤충을 감히 농업의 한 분야로 상상도 못했지만 1999년경 국무조정실 근무 시 농업의 영역을 넓혀 보고 싶었다. ‘곤충을 농업에 포함시키자’고 하니 담당 공무원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하지만 유엔 보고서상의 농업 통계에 곤충 관련 자료가 있는 등 잠재력이 커 보였다. 그래서 곤충을 농업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예상대로 곤충산업은 현재 2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벌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봉독을 모으는 장치가 개발됐고 봉독을 이용한 화장품도 나왔다.”

―창조농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처럼 농가가 영세한 국가가 농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창조농업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구당 경지면적은 1.5ha로 미국(130ha)이나 캐나다(162ha)와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FTA 등으로 개방에 직면해 있다. 농민들은 이제 기술과 자본, 경영능력 등으로 무장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올려야 한다.”

―창조농업에서 R&D가 중요한가.

“제주에서 판매되는 맥주인 ‘제스피’는 제주에서 생산하는 ‘백호보리’가 맥아로 들어간다. 발아율과 단백질 등을 제주 지역에 맞게 농촌진흥청이 개발했다. 딸기 역시 2006년만 해도 90% 이상이 일본 품종이었다. 하지만 국산 품종인 ‘매향’과 ‘설향’ 등을 개발해 현재 딸기의 국산화 비율이 70%대로 높아져 100억 원이 넘는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연일 강조하는데….

“식품안전이나 위생,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는 없애겠다. 규제 완화는 추가로 재정을 지출하지 않고 제도 개선만으로 일자리와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앞서 사례로 든 오미자나 곤충산업처럼 말이다. 또 규제 완화가 한 축이라면 R&D가 다른 한 축이다.”

○ “IT 기업만 스타트업이라고?”


―창조농업을 위해 R&D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민간의 창의력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보기술(IT)에서만 스타트업이 탄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농업 벤처’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우수한 농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전문 펀드를 100억 원 규모로 조성했다. 또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해 기술력이 있는 농업기업이 부동산 담보가 없어도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한중 FTA 협상과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등으로 우리 농업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전통적인 농업과 결합하면 농업이 충분히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농업이 문화 레저 관광 음식 힐링 산업 등으로 확장될 수 있게 인력 양성과 규제 완화, 사업화 지원 등에 집중하겠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문경 오미자#식품규제#창조경제#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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