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단독] 女간첩 원정화 "황장엽 살해 지시 받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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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3월 17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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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김현희 꿈꿨나’ 간첩 원정화 미스터리…원정화-계부 김동순 대화 녹음파일 단독 입수

탈북 여간첩 원정화 씨가 자신의 간첩 혐의를 사실상 부인하는 증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신동아’가 단독 입수했다. 지난 2월 말 원씨가 자신의 의붓아버지 김동순 씨를 만나 나눈 대화내용이다.

원씨는 김씨와의 대화에서 “난 보위부의 ‘보’자도 모른다”고 밝히면서 “황장엽, 국정원 요원 등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북한으로부터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2002년경부터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지목한 단동 북한 무역대표부 부대표 김교학에 대해서는 “2005년경 대북 무역을 하면서 처음 본 사람”이라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내용을 부인한 사실도 확인됐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3차례 북한에 들어가 지령을 받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원씨는 “(1996년) 탈북 이후 북한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동순 씨는 2008년 원씨와 함께 간첩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4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2012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씨를 원씨의 상선(上線)으로 파악했다. 중국에서 남한을 상대로 대북무역을 하면서 10억 원이 넘는 공작금을 원씨에게 보낸 혐의였다. 그러나 법원은 두 사람 간의 금전관계를 정상적 무역거래로 인정,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북무역=간첩활동’이라는 공소사실이 무너진 셈이다.

지난 2월, 사건 이후 처음으로 원씨를 만났다는 김씨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수사기관에서 ‘김현희처럼 살게 해 준다’고 정화를 회유한 것 같다. ‘왜 간첩이 아니면서 간첩사실을 시인했느냐’고 묻자 정화가 그렇게 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원정화가 한국에 들어와 중국을 통해 대북무역을 하면서 일부 오해를 살만한 일을 했지만 절대 북한 보위부가 파견한 간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씨의 간첩 행적에 의문을 품게 하는 정황은 원씨 주변 탈북 인사들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70대의 한 탈북 의사는 “부친은 남파간첩, 나는 혁명열사 유자녀”라는 원씨의 주장에 대해 “원씨의 부친 원석희는 마약쟁이에 협심증 앓던 공장노동자였다”고 증언했다.

원씨는 수사기관에서 보위부 지령을 받고 100명이 넘는 탈북자와 한국인을 북송시켰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1999~2000년경 원씨가 북송시켰다고 주장한 40대 탈북여성은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원씨 가족과 알고 지낸 한 탈북남성은 “내 여동생 등 가족 대부분이 보위부 관계자”라는 원씨의 그간 주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증언했다.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자세한 내용은 신동아 4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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