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인터뷰]명동 한복판에 ‘만개한 꽃밭’… 그 안에 행복한 경험을 살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Design Thinking]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디자인랩 상무의 ‘마몽드 플래그십 스토어’

오준식 상무
오준식 상무
명동 한복판에 꽃이 피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황금색으로 빛나는 아치형 출입구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키스’에서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던 금색, 바로 그 색이다.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꽃밭이 펼쳐진다. 벽마다 꽃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곳곳에 색색의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국립발레단 소속 김리회 발레리나가 꽃과 어우러져 찍은 사진은 사람이 꽃인지, 꽃이 사람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꽃에서 눈을 돌리면 화장품이 보인다. 단정하게 가지런한 화장품들은 특유의 향을 뿜어내며 곳곳의 꽃들과 어우러져 마치 만개한 꽃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 명동에 자리 잡은 마몽드 플래그십 스토어 얘기다.

아모레퍼시픽이 브랜드 출시 후 처음으로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것은 화장품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보지 않고 소비자가 경험하고 느끼는 아름다움의 매개체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의 중심에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디자인랩 상무가 있다. 그는 마몽드가 중국과 미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서울 한복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오 상무를 만나 디자인과 브랜딩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어떤 목적으로 기획한 것인가.

“마몽드를 사는 소비자가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을 경험하게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마몽드는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다. 중국에서도 마몽드 제품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공항 면세점에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명동에서 직접 산 제품은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기프트 존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여기서 산 제품에 대해서는 포장이 무료다. 평범하거나 대충 하는 포장이 아니다. 다양한 종이와 테이프를 갖추고 소비자 취향에 맞게 최대한 아름답게 제품을 포장해준다. 또한 명동에서 산 마몽드 제품에는 패키지 하단에 모두 명동(Myeong Dong)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현지에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안겨주기 위한 장치다.”

소비자가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중구 명동에 세운 마몽드 플래그십 스토어.
소비자가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중구 명동에 세운 마몽드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퍼시픽에 와서 디자인실을 브랜드&디자인랩으로 바꿨다.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제품 디자이너는 제품 패키지를 만든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매장을 디자인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판촉물이나 홈페이지 등을 만든다. 각 부서에서 만든 산물을 총합해 마케팅 부서에서 이름을 달고 포장을 한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마치 식당에서 전식 만들어주는 사람과 본식 차려주는 사람, 디저트를 제공하는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소비자는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겪는다. 패키지 따로, 매장 따로, 홈페이지 따로, 각각을 별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느 특정 부문의 디자인보다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항상 브랜드 디자인을 강조한다.

―브랜드 디자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컨대 이번에 백화점 매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회사라는 정의를 얻었다. 여기에 초점을 두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 주력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와서 보고 듣고 겪는 모든 경험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하고 작업했다. 고객이 매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어떻게 쳐다봐야 할까? 어떻게 안내해서 매장의 어디쯤 앉게 해야 할까?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해야 할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시나리오로 엮었다. 현장 직원과 제품, 그들이 서 있는 매장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금은 디자인과 브랜딩을 뗄 수 없는 시대다. 기업 전체의 브랜드를 어떻게 완성해 갈 것인지, 그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오준식#아모레퍼시픽#마몽드 플래그십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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