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안중근 의사와 광복군을 화두로 일본 견제에 나섰다. 양국 정상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23일 오후(현지 시간) 시 주석의 숙소인 암스테르담 오라녀 호텔 회의장에서 회담을 열어 이 같은 의견을 모았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 헤이룽장 성)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을 직접 지시했다”며 “이는 양국 국민의 유대를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중국 산시 성) 시안 시에 있는 광복군 주둔지에 기념 표석 설치를 희망했는데, 조만간 준공돼 제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사 기념관 건립과 광복군 주둔지 표석 설치는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요청한 것으로 이미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사안이다.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항일투쟁을 기념하는 양국 사업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앞서 과거사를 왜곡하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얘기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핵안보정상회의를 마친 뒤 25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박 대통령도 시 주석의 발언에 적극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국민 모두의 존경을 받는 안 의사 기념관 설치는 한중 우호 협력의 좋은 상징물”이라며 “광복군 표석 설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확실히 반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희망하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그간 6자회담은 진전이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할 수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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