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경쟁이 아니라 모두의 게임 월드컵 최고준비는 지금 흘리는 땀 대표팀서 행복…놀라운 일 벌어질것
스포츠동아가 창간된 2008년, 한국축구 ‘핫(Hot) 아이콘’ 손흥민(22·바이엘 레버쿠젠)도 꿈을 꾸기 시작했다. 동북고 재학 중에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로 갔다. 유망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손흥민은 독일에 남았다. 선택은 옳았다.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 안착한지 2년여 만인 2010∼2011시즌 성인 무대를 밟았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손흥민은 또 다른 도전을 앞뒀다. 브라질월드컵이다. 생애 첫 월드컵. 유럽축구에서도 ‘대세’라는 분데스리가에서 쌓은 경험을 유감없이 보여줄 참이다. 이제 월드컵 개막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손흥민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월드컵에 대한 각오를 들어봤다.
● 최고의 날은 오지 않았다!
-축구 인생이 꽃피운 2008년을 어떻게 기억하나.
“고교 클럽리그 7경기 출전이 전부다. 계속 성장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불안했던 그 시절 기억을 잊지 않으려 한다.”
-거칠고 보수적인 독일에서의 생존 비결은?
“축구는 모두의 게임이다. 경쟁이 아니다. 패스와 슛. 간단한 기본을 더 잘하려 했다.”
-다른 곳으로의 진출은 생각 안 해봤나.
“잉글랜드와 스페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있었다.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
20대 초반. 동료뿐만 아니라 상대팀 선수들의 몸동작까지도 보고 배운다. 스펀지처럼 모든 걸 흡수하고 소화했기에 지금의 그가 탄생했다. 물론 혹독한 개인훈련을 시킨 아버지 손웅정(48·아시아축구아카데미 총감독)씨의 역할도 크다. ● 독일 진출, 그 후
-2010∼2011시즌을 앞두고 성인 무대를 밟자마자 아픔도 있었는데.
“프리시즌 첼시(잉글랜드)와 연습경기 때 골을 넣었지만 부상으로 시즌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수술하고 완치까지 두 달여를 보냈다. 행복했지만 가장 힘겨운 시간이었다.”
-도르트문트 등 특정 팀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모르겠다. 더 잘해보자는 각오를 다지는 것 정도? 비결이란 게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평소 해온 훈련은 큰 힘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레버쿠젠에서 스스로 이루고픈 바가 있다면?
“대선배 차범근(SBS해설위원) 감독님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한 세대가 흘러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더라. 좋은 음악도 일 년이 흐르면 잊혀지는데 (차 감독은) 정말 대단하다. 그 자리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 생애 첫 월드컵
-국제축구연맹(FIFA)은 벨기에 루카쿠, 아자르 등을 손흥민과 함께 ‘주목할 스타’로 꼽는데.
“이번 시즌을 마쳐야 월드컵이 온다. 내가 뽑힐지 여부도 모른다. 다만 한 팀으로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모든 건 가능하다. 월드컵을 향한 최고 준비는 지금 내가 흘리는 땀이다.”
-태극마크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A매치 데뷔전인 2010년 12월 시리아 평가전 때는 날아갈 것 같았다. 처음 골 맛을 본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인도전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특히 (박)지성이 형이 날마다 잠들기 전에 해준 말이 기억난다. ‘네가 한국 축구 미래다.’ 용기를 얻었다.”
-3월 그리스 원정 평가전에서 1골1도움을 했다. 기대감도 클 것 같다.
“득점보다 어시스트가 행복했다.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동료들과 함께 플레이를 할수록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