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를 받다 뛰쳐나온 뒤 자살을 기도한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52·주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4급)이 유우성(류자강·34) 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또 다른 문서를 두고 검사와 격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권 과장이 입수한 이 문서는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됐다”고 밝힌 국정원 측 문서 3건과 별개의 것으로 법원에 제출되지 않은 것이다.
검사는 조사 과정에서 이 문서를 불법으로 입수한 게 아닌지, 협조자는 누군지 밝히라고 요구했고 권 과장은 “불법이 아니고 협조자를 밝힐 수 없다. 나 살자고 정보망을 노출시킬 수 없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런 입씨름이 권 과장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가 자살을 기도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권 과장은 21일 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서는 그야말로 ‘(가공되지 않은) 날첩보’를 담은 것인데 논란이 된 3건의 문서보다 앞선 것으로 공문은 아니지만 유 씨가 간첩이 맞다는 걸 보여주는 정확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문서는 권 과장이 별도의 중국 측 협조자를 통해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짜 ‘영사확인서’ 논란이 제기된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서뿐 아니라 ‘날첩보’에 대해서도 권 과장이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에게 “영사확인서를 쓰라”고 지시했고, 이 영사는 이에 문제 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국정원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외교 전문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과장에게 이 문서도 가짜여서 위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영사확인서를 받으려 한 건 아닌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 과장은 “영사확인서는 대공 사건에서 협조자가 노출되는 것을 가리기 위해 쓰는 관행이고 필요한 경우 영사가 직접 법정에 나가 증언도 했다”면서 “당시 이 영사가 처음으로 영사로 나가서 그 관행을 몰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권 과장은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이 영사와 자신을 이간질시켰다며 격분하기도 했다. 검찰이 외교 전문 등을 근거로 “이 영사는 권 과장의 강압에 의해 ‘가짜 영사확인서’를 썼다고 다 자백했다”고 압박했다는 것. 권 과장은 인터뷰에서 “검사가 참 야비하다. 동료 간 이간질시키는 게…. 그건 잡범들한테나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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