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유럽 건설사들 태도 180도 바꾼 ‘정몽구의 지휘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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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대차그룹 편입 시너지 효과로 해외 신인도 급상승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직후인 2011년 4월 1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현대건설 사옥에서 열린 첫 월례조회를 주관한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 직원에게서 현대건설 사기(社旗)를 전달받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 역군이라는 자부심과 한국 건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현대건설의 미래를 향해 함께 도전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직후인 2011년 4월 1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현대건설 사옥에서 열린 첫 월례조회를 주관한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 직원에게서 현대건설 사기(社旗)를 전달받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 역군이라는 자부심과 한국 건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현대건설의 미래를 향해 함께 도전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건설 제공
최근 영국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한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은 세계 유수(有數)의 건설사들이 현대건설을 대하는 태도가 4, 5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에 무척 놀랐다. 그간 해외시장 동반 진출과 관련해 한국 건설사에는 눈길을 주지 않던 유럽 건설사들이 이번 현대건설 방문단에게는 북미지역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까지 제안하면서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북미지역은 한국 건설사들에는 ‘꿈의 시장’이라 불릴 만한 ‘블루오션’. 광활한 지역에서 공사물량이 풍부하게 나오는 데다 부가가치도 커서 진출할 수만 있다면 한국 건설업계에는 더없이 좋은 미개척지다.

유럽 건설사들의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뀐 데는 최근 유럽에서 현대건설의 신인도가 급상승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건설은 그간 세계를 놀라게 한 굵직한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했지만 선진국 건설사들로부터 해외시장 동반 진출 제안을 받을 정도의 신인도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2011년 4월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탁월한 실적과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현대·기아차와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유럽지역에서의 신인도가 크게 올랐다. 이 결과 유럽 업체들이 보는 현대건설의 위상이 현대차그룹 인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시너지가 핵심동력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수익성 악화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최악의 시기를 보낸 가운데서도 현대건설은 매출 13조9383억 원, 영업이익 7929억 원을 달성했다.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수주 누적금액 1000억 달러도 달성했다. 상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큰 폭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 현대건설만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자 그 요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한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분석이 많다.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탓도 있지만 수익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외형 키우기에 열을 올린 자기책임이 더 크다는 얘기다. 중동 등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에서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공사물량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지어댄 국내 아파트 공사가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원칙부터 달랐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4월 현대건설을 인수한 직후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수익성 제고(提高)’를 현대건설의 핵심 경영과제로 설정했다. 공사금액이 아무리 커도 수익성이 좋지 않으면 수주 대상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편입 첫 해인 2011년에 수익성이 낮은 중동지역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않을 정도로 수익성 원칙은 현대건설 경영에서 철저하게 관철됐다. 이후 중동에는 보수적인 수주 기준을 적용해 중동지역 공사 비중이 최근 3년 사이 크게 줄었다. 현대건설의 전체 해외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75%에서 2011년 25%, 지난해 19%로 급감했다.

현대건설은 중동 수주 탈피에서 올 수 있는 공백을 ‘신시장’ 개척으로 돌파했다. 이 결과 중남미지역과 독립국가연합(CIS), 북아프리카 등 신시장에서 수주한 해외공사 비중이 2012년 30%에서 지난해 68%로 급등했다. 현대건설이 해외진출 48년 만에 누적 수주금액 1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계기가 된 14억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건설공사도 신시장인 중남미에서 따낸 결실이었다.

○ 글로벌 건설 리더 입지 다져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13조9383억 원)보다 약 14% 늘어난 16조 원 규모로 잡았다.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해외에서 수주한 고수익 우량 공사의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올해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보적인 기술력과 다른 건설사와 차별화된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지난해 7929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을 대폭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진입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건설은 이를 위해 해외시장 다변화에 주력하는 등 글로벌 사업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해외현장에서 제기되는 발주처의 다양한 요구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별 외부 클레임 컨설턴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해외 선진국 건설사와 협업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중장기적인 발전 기반이 되는 미래성장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올해의 핵심 과제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오일샌드, 물환경, 수처리, 폐기물자원화 사업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자원개발과 연계되는 건설사업도 적극 발굴해 추진키로 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선진국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건설 리더’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진다는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몽구#현대건설#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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