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 2명, 低탄수화물 식단 27일간 직접 체험해보니
국수-비스킷-과일 끊었더니
‘경계’ 수준이던 총콜레스테롤 정상 범위 안쪽으로 뚝 떨어져
직장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2년 동안 몸무게가 7kg 늘었다. 지난해에는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dL당 205mg이 나왔다. 내 키와 체중에 이 수치가 dL당 200mg 이상이면 경계 단계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dL당 127.8mg(130mg 이상이면 경계 단계)이나 됐다.
27일에 걸친 ‘나쁜 탄수화물’ 끊기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검진에서 나타났던 이상 신호들이 사라졌다. 비만과 관련된 지표인 체중,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도 일제히 줄어들었다.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백미 대신 현미밥을 먹고(식사량은 평소의 3분의 2) △탄수화물이 들어간 묵 떡 만두 잡채 같은 반찬, 밀가루로 된 국수와 빵, 과일을 먹지 않았으며 △초콜릿, 비스킷, 당분이 들어간 음료 같은 간식을 끊었다. 실험 가이드라인 중 금주(禁酒) 항목은 지키지 못했다. 평소에 비해 음주량과 횟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실험기간 27일 중 14일 음주). 그 대신 탄수화물로 된 안주를 먹지 않았다. 운동량에는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실험 뒤 진행한 정밀 검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였다. 실험 전 dL당 205mg이었던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169mg까지 떨어졌다.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dL당 101mg으로 감소(실험 전 127.8mg)했다.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운동을 해도 반응이 적은 지표 중 하나”라며 “짧은 시간 동안 식습관을 바꾼 결과로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체중도 줄었다. 87.0kg이었던 체중은 84.0kg이 됐다. 비만의 정도를 나타내주는 BMI는 1m²당 28.74kg에서 27.68kg으로 감소했다. 허리둘레도 3cm가량 줄었다. 실험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5주간 탄수화물 섭취 제한을 계속했더니 체중이 81.2kg(30일 기준)까지 내려갔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천년만년 사세요” 주변서 놀려도 집에서 싸온 도시락 들고 식당으로 ▼
머리 맑아지고 집중력 좋아져
올해 1월 13일부터 2월 10일까지 흰쌀밥, 빵, 떡, 라면, 국수, 과자를 먹지 않고 흰쌀을 전혀 섞지 않은 현미밥만 먹었다. 부침개, 튀김, 감자 등의 반찬은 되도록 피했다. 식당에서는 현미밥을 사먹을 방법이 없어 집에서 도시락을 매일 쌌다. 대중적인 식당에서부터 고급 한정식 집까지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식당 메뉴는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한정식당 코스요리는 떡국으로 시작한다. 밀가루를 입혀 기름에 구운 전, 잡채, 흰쌀밥을 먹고 나면 마지막 디저트로 또다시 떡이 나온다. 기사 마감 뒤 허기를 달래줄 사무실 간식도 커피믹스나 과자 등 죄다 탄수화물 덩어리다.
주변 사람들의 농담 섞인 한마디도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치사하게 혼자만 건강해지려고?” “그래, 천년만년 사세요.”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현미밥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28일 동안 먹은 84끼 중 10끼를 제외하곤 규칙을 지켰다. 식사량 자체를 줄이지 않았고 음주량도 유지하되 밀가루로 만든 안주를 피했다. 실험 후 진단해보니 체중이 전보다 1kg만 감소했지만 허리둘레는 4cm나 줄어들었다. 중성지방인 트리글리세라이드의 혈중농도도 dL당 137mg에서 103mg으로 내려갔다. 간수치도 좋아졌다. 지방간을 측정하는 감마 GTP는 L당 69U에서 48U로, 총 콜레스테롤은 dL당 182mg에서 142mg으로 떨어졌다.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 수치(dL당)도 20mg 낮아졌다.
실험 기간에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 평소 몸이 찌뿌듯하고 머리가 무거웠던 느낌이 줄었다. 이은정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나오는데 이는 몸의 긴장을 풀어지게 해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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