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기술뿐인 中企에 생명수 지원… 그게 창조금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창조한국 프로젝트]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6>신제윤 금융위원장
대담=임규진 부국장·박중현 경제부장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금 걱정 없이 창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창조경제시대 금융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중현 동아일보 경제부장, 임규진 편집국 부국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금 걱정 없이 창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창조경제시대 금융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중현 동아일보 경제부장, 임규진 편집국 부국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것이 ‘창조금융’의 핵심입니다. 담보와 보증에 의존하는 기존의 금융관행에서 벗어나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진취적 자본을 만들겠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신 위원장에게 ‘창조금융’의 역할과 과제를 물었다. 채널A는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릴레이 인터뷰로 신 위원장과의 대담 내용을 31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방송한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금융은 그동안 거대 인프라 등 실물 경제를 지원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는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경제의 주역이 되는 시대입니다. 이분들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때 공급해 주는 것이야말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금융의 역할입니다. 담보나 보증이 없어도 이들이 손쉽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업 현장에서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자금을 지원받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부는 올해를 ‘기술금융’의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상반기 내에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기술신용평가를 수행하는 기관을 만들고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모을 계획입니다. 평가 전문 인력도 양성할 것입니다.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기술평가를 반드시 하도록 의무화하고 평가 실적을 정책자금 지원에 반영할 것입니다.”

―기술금융이 취지는 좋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정착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 신용대출이 좋은 예입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개인 신용대출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개인에게 신용등급과 점수를 매기기 시작하자 은행들이 개인 신용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기술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사들이 기술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가 손실이 날까 두려워 몸을 사리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술평가가 금융권에 정착되면 기술을 바탕으로 자금을 공급해 줄 근거가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자금 공급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금융사가 기술신용 평가기관의 평가를 활용하다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면책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창조경제의 스타가 탄생하려면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의 조기 회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M&A나 기업공개(IPO) 같은 자금회수 통로가 잘 마련돼야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지고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납니다. 정부가 M&A 활성화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조성한 ‘성장 사다리 펀드’를 통해 창업기업에 향후 3년간 6조 원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성장 사다리 펀드는 창업부터 상장까지 기업의 성장단계마다 필요한 자금을 맞춤형으로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M&A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모펀드(PEF)가 창업·벤처 투자에 더욱 활발히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줄 생각입니다.”

―투자가 활발해지려면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에 활력이 넘쳐야 합니다. 최근에는 다소 침체된 모습인데요.

“그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증시가 예전의 역동성과 활력을 잃은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자금이 증시로 들어갈 유인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정부가 올해 신설한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세제 혜택을 줘 장기 주식투자를 유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018년 1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연금자산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채권 등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했지만 앞으로는 주식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상장 요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신속상장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이 명실상부한 자금 공급의 원천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업 자체를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그동안 금융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오해가 있습니다.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 일류기업이 안 나오느냐’고 합니다. 금융이 때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한국 산업을 반석 위에 올리는 지원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금융도 하나의 산업이고 창조경제의 성장엔진입니다. 많은 금융사가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적극 진출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연금자산 활용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금융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창업·벤처기업이 해외에 나갈 때 금융이 함께 진출한다면 기업의 성장을 돕고 금융사 스스로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조금융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일자리 창출 아니겠습니까.

“과거 금융이 자금의 단순중개만 맡았던 시절에는 인력의 수요가 한정됐습니다. 인문계와 상경계 출신이 주로 은행에 들어갔습니다. 창조금융이 본격화되면 금융의 일자리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겁니다. 기술금융을 하려면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이 필요합니다. 정책 금융기관이 먼저 나서 이공계 인력 채용을 선도하면 민간 금융사들도 따라올 것입니다. 벤처·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시스템이 순조롭게 정착되면 창조적 혁신기업이 늘고 청년 일자리도 증가할 것입니다. 금융업은 매출이 1% 늘면 2만8000명의 고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습니다. 사모펀드, 연금 등 미래의 유망 금융서비스 분야를 중점 육성해 전문직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시시콜콜 지적-간섭 그림자 금융규제 6월까지 털어낼 것” ▼

금융당국이 6월까지 창조금융 구현에 걸림돌이 되는 금융규제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보건의료, 관광, 교육, 소프트웨어와 함께 금융을 5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선정하고 핵심·덩어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5일 동아일보·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허가부터 영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금융 분야에 규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른 분야와 달리 금융은 고객의 돈을 다루는 산업인 데다 금융사가 어려워질 경우 고객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각종 규제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이어 “금융사가 알아서 잘할 수 있는 부분까지 금융당국이 시시콜콜하게 지적하고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숨어 있는 규제를 집중적으로 찾아내 6월까지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법률 외에도 가이드라인, 창구지도, 행정지도 등의 형태로 만들어진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다르다고 했는데, 금융당국도 이번만은 다르다는 각오로 획기적으로 규제 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위는 규제 개선이 자칫 금융 건전성을 해치거나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금융사의 자체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감사, 준법감시인 등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들이 실질적인 내부통제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금융사기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정리=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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