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반쯤 식사 중이었는데 북한군의 포격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 뒤 곧바로 우리 국군의 대응사격이 시작됐어요. K-9 자주포와 벌컨포의 굉음으로 식당 창문이 흔들릴 정도였어요. 이어 ‘실제 상황이니 대피소로 피신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대피소로 달려갔습니다.”(김정석 백령도 주민자치위원장)
31일 북한 서해 해상 사격훈련으로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피 명령이 떨어지자 인근 군부대 대피소로 달려갔다. 대피소에는 어린이 부녀자 노인 등 8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해 있었다. 주민들은 실시간으로 전해 오는 TV 뉴스 속보를 통해 상황을 지켜봤다. 이날 백령도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진촌리는 오후 내내 주민과 차량이 사라져 적막에 휩싸였다.
해병대 백령·연평부대는 북한의 해상 사격훈련이 시작되자 낮 12시 40분경 안내 방송을 통해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주민 등 9408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서해 5도 어장에서 조업하던 어선 65척에 대해서도 오후 1시까지 항구로 복귀하거나 북위 37도 이남으로 대피하도록 했다.
인천에서 백령도로 가던 하모니플라워호에 승선한 승객 367명은 낮 12시 반경 대청도에 도착해 오후 1시 20분경 대청2호 대피소로 이동했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이날 오후 1시경 출항할 예정이던 연평도행 여객선 플라잉카페리호(500t급)의 운항은 출항 3분 전 취소됐다.
다행히 이날 북한의 포격은 이미 예고된 것이어서 충격이 비교적 덜했다. 연평공립어린이집 원생 45명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오전 10시경부터 부모 등과 함께 인근 대피소로 이동해 있었다. 김병문 연평초중고교 교장은 “군부대에서 대피 방송이 나오자 학생들이 비교적 차분하게 학교 인근 대피소로 이동했다”며 “오늘 북한이 해안포를 쏠 수 있다는 상황이 알려져 있어 우왕좌왕하거나 놀라는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평도 어민들은 북의 추가 포격이 있을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어민 이모 씨(49)는 “1일부터 꽃게잡이가 본격 시작되는데 북한 포격 때문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해 5도에 내려진 주민 대피령은 오후 4시 반 모두 해제됐고 여객선도 1일부터 정상 운항한다. 꽃게잡이 어선도 1일부터 조업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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