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앞으로 전국 법원의 모든 재판 과정을 녹음하도록 하는 법정녹음제도를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최근 내부적으로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시행 시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일부 반대 의견도 있지만 법정 녹음을 통해 재판 과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조만간 법정에 녹음 시설 설치 등 준비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지법 등 일부 지방법원에서 시범 실시 중인 법정녹음제도는 증인신문과 증거조사 등 모든 재판과정을 속기록 대신 녹취해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형사소송법 56조의 2는 법정녹음을 하고 싶으면 재판장에게 녹음을 신청해 허락을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앞으론 재판장의 허락과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녹음을 하는 것이다.
법정녹음제도의 전면 도입은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법관의 막말 등을 지적하며 하위 법관 평가를 공개하려고 한 데 대해 대법원이 보완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법정녹음제도가 시행되면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을 방지하고 공판조서에 남길 말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줄여 재판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미법계 국가와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재판장이 각각의 발언을 정리하도록 한 뒤 녹음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판결문이나 결정문을 통해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유출돼 보복 범죄 등 2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문제도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는 성폭력 범죄 가해자에게 피해 여성의 주소 등 신상정보가 담긴 형사배상명령 각하 결정문이 전달된 사례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26조 등에 형사배상명령 신청자의 인적사항을 판결문에 기재하도록 한 규정과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법률 24조에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등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상충되는 것을 정비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관련자 이름을 ‘김○○’ 식으로 쓰면 판결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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