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홍콩증시에 상장 예정… 최근 뉴욕증시에 빼앗겨
막대한 수수료 수입 날리고… 금융허브 굳히기도 차질
‘유니클로’ 기업공개 유치 성공… 다른 大魚 모셔오기 총력전
홍콩은 쇼핑의 도시이다. 소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관세, 럭셔리 상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등이 없다. 도시 전체가 면세 지역이다 보니 항상 전 세계에서 쇼핑하러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명품 판매가 급증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인 관광객들의 명품 사랑이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예전처럼 루이뷔통, 구치 같은 명품이 아니라 중저가 브랜드로 관심의 대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도 사사(莎莎) 같은 할인점을 통한 구매가 늘고 온라인을 통한 저가 구매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통계를 봐도 변화된 쇼핑 성향이 드러난다. 지난해 중국 백화점 판매성장률은 10% 내외에 그친 반면에 온라인 쇼핑은 40% 이상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중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조만간 미국보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품질을 중시하는 ‘똑똑한’ 구매를 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온라인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중국 온라인쇼핑 시장을 주도하는 ‘알리바바’는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솔로의 날’이라고 부르는데, 알리바바의 인터넷 오픈마켓 타오바오(淘寶)와 톈마오(天猫)에서는 이날 50∼60% 세일을 한다. 중국인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쇼핑 기회이다. 지난해 솔로의 날 알리바바의 온라인 판매금액은 미국의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로 미국 온라인 쇼핑몰이 대대적으로 할인판매를 하는 날) 판매금액의 3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알리바바를 통해 거래된 물품 가격도 미국 아마존닷컴과 이베이닷컴을 합친 것보다 더 컸다. 1995년 설립된 아마존닷컴과 이베이닷컴에 비해 타오바오(2003년)나 톈마오(2008년)는 훨씬 뒤에 설립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알리바바는 금융산업계에서마저 주요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자체 결제계좌를 이용하는 회원에게 머니마켓펀드(MMF)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위어바오라고 불리는 이 상품은 2월 말까지 9개월 만에 5000억 위안(86조 원)가량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알리바바그룹은 원래 홍콩 증시에 기업을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미국 증시행을 결정했다.
홍콩은 겉으로는 무덤덤한 표정이지만 속으로는 무척 배가 아플 것이다. 몇 년 전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기업인 바이두를 미국에 뺏긴 데 이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를 놓쳤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증시에 상장됐을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도 함께 놓쳤다. 게다가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온라인쇼핑업체인 제이디닷컴(JD.com)도 올해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이다.
홍콩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홍콩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상장시켰다. 각국 거래소 사이에 중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홍콩이 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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