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다. 원래 예정이 없었지만 비리로 적발된 청와대 행정관 5명이 아무 징계 없이 소속 부처로 복귀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긴급 소집된 것이다. 당연히 강한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의 직후 민경욱 대변인은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청와대는 2일 관련 첫 보도가 나온 뒤 우왕좌왕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누군가가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리를 조사했던 문건을 통째로 언론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에 나온 비리 사실이 너무나 상세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 자료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은 비서실장, 총무비서관, 민정수석, 공직기강비서관과 당시 조사에 참여한 행정관 정도라고 한다. 누가 유출자인지 얼마나 많은 내용이 유출됐는지 민정수석실은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비리를 저지른 행정관 대부분이 부처로 돌아간 뒤에도 버젓이 고위직을 계속 유지하도록 청와대가 수수방관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당시 이들 행정관을 원대복귀시키면서 소속 부처에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는커녕 비위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는 원대복귀 자체가 일종의 징계이고 비리 사실을 소속 부처에 알리지 않는 것이 과거 정권에서부터 이어진 관행으로 여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눈높이와는 한참 동떨어진 악습(惡習)이다.
청와대가 4개월 전 거짓 해명을 하게 된 과정도 밝혀야 한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1월 경제수석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이 기업으로부터 상품권과 골프 접대를 받아 원대복귀됐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 직후 이정현 홍보수석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 3명 중 한 명은 가정 문제로, 다른 한 명은 인사요인에 따라 부처로 갔고 한 명만 상품권을 받았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3명 모두 비리가 적발돼 원대복귀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결국 청와대가 당시에 사건을 축소시키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한 셈이다. 이 수석은 경제수석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브리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수석실에서 거짓으로 이 수석에게 알려준 것인지, 조사를 진행한 민정수석실이 축소해서 경제수석실에 알려준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청와대가 이래서야 공공기관 개혁, 부정부패 엄단을 말할 수가 있겠는가. 청와대의 영(令)이 서야 공직 기강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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