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4일 ‘긴급 아이돌봄서비스’ 시범사업을 이달부터 6월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갑작스레 출장을 가거나 야근을 해야 할 때 아이 맡길 곳이 없는 가정을 위해 정부가 자격을 갖춘 베이비시터를 보내주는 서비스.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이 대상이다.
현행 아이돌봄 서비스는 하루에 2∼10시간 육아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최소한 24시간 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성부는 “예기치 못한 당일 야근이나 출장으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아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긴급돌보미는 ‘5분 대기조’ 개념이라, 갑작스레 신청을 해도 바로 와서 아이를 봐준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 보면 여성부가 과연 이 제도를 진정성을 갖고 실시하려는지 의문이 든다. 비록 시범사업이지만 긴급돌보미들이 전국 16개 시도에 18명뿐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2명, 나머지 시도에는 1명씩만 배치됐다. ‘긴급 돌보미’라면서 과연 한 사람이 도나 광역시 전체를 담당할 수 있을까?
굳이 통계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는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출장으로 아이 돌볼 곳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맞벌이 부부가 한둘이 아니다. 돌보미 한 명이 출동한 이후에는 또 어쩔 것인가? ‘긴급’이라면서 한 명이 담당하는 범위가 시나 도 전체라면 이는 지나치게 범위가 넓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긴급돌보미에 대한 수요와 보수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정했다”며 “시범사업 후에 제도 보완을 거쳐서 적절한 인원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범사업을 본사업과 같은 수준으로 할 수는 없다. 시범사업이 본사업을 위한 사전 예비조사 성격을 갖는 것도 맞다. 하지만 사실상 시도당 1명씩 배치된 시범사업으로 수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우리 지역 전체에 한 명뿐이라는 것을 알고도 신청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재의 아이돌봄 서비스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문의했더니, 우리 지역에 돌보미는 60명인데 대기자가 이미 1300가정이라고 하더라. 사실상 이용할 수가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동네 치킨집 사장도 맞든 틀리든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수요 예측을 한다. ‘해보고 오는 손님 수 봐서’라는 개념이 어떻게 정부 부처에서 나올 수 있을까. 시도에 한 명꼴 배치라는 생각은 최소한의 설문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성부의 이번 육아지원정책은 ‘있어도 이용할 수 없는 정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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