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할리우드도 찾아온… 나? 한강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독특한 풍광에 영화촬영 명소로

지난달 30일부터 국내 촬영을 시작한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에 서울이 들썩이고 있다. 마포대교, 세빛둥둥섬, 상암동 DMC단지, 강남대로 등 서울 곳곳이 필름에 담겨 전 세계 영화 팬에게 오랜 잔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서울시가 촬영을 지원한 영화는 252편이나 될 정도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다. 그중에서 서울 시민의 삶이 녹아 있으면서 독특한 풍광을 제공하는 한강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눈에 띈다.

영화 ‘괴물’에서 주인공 강두의 딸 현서가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괴물에게 붙잡히는 모습(왼쪽).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는 주인공 김 씨가 표류하는 장소로 도심 속의 무인도 밤섬이 등장한다. 동아일보DB
영화 ‘괴물’에서 주인공 강두의 딸 현서가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괴물에게 붙잡히는 모습(왼쪽).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는 주인공 김 씨가 표류하는 장소로 도심 속의 무인도 밤섬이 등장한다. 동아일보DB
2006년 개봉해 전국 관객 13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괴물’. ‘한강에 독극물이 흘러들면서 괴기한 생물체가 탄생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에서 한강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주인공인 강두(송강호)의 딸 현서가 괴물에게 붙잡혀 가는 비운의 장소가 ‘여의도한강공원’이다. 괴물이 사람들을 잡아다 모아두던 곳, 괴물과 가족의 마지막 사투가 벌어진 곳은 원효대교 남단이다. 지금도 땅거미가 질 무렵 이곳에 가면 교각 조명과 어둠 속 강물에서 영화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극 중 양궁선수인 남주(배두나)가 조카를 찾다가 붙잡혀간 곳은 성산대교, 겨우 정신을 차리고 괴물을 쫓아 교량 아래 철골 구조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헤쳐 나가는 장면이 촬영된 곳은 한강철교다.

한강의 괴물은 영화적 상상에 불과할까. 실제 괴물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태종 때 한강에 괴물이 출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큰 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조수를 타고 양천포로 들어왔다. 소리가 소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색깔이 까맣고, 입은 눈가에 있고, 코는 목 위에 있었다….’ 이 괴이한 물고기는 고래를 일컫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고래는 1988년 5월 한강 하류에 수중보가 건설되기 전까지도 한강에 자주 출몰했기 때문이다.

2009년 개봉한 영화 ‘김씨 표류기’는 한강 밤섬에서 촬영됐다. 1999년 서울시가 밤섬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후 최초의 영화 촬영이었다. 도심 속의 무인도, 밤섬의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정우가 앵커로 등장하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범이 서울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하는 장면. 동아일보DB
하정우가 앵커로 등장하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범이 서울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하는 장면. 동아일보DB
한강의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범인과 앵커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영화 ‘더 테러 라이브’. 하지만 정작 폭파 장면 등 마포대교 위에서의 핵심 장면은 경기 파주 임진각 통일전망대에서 촬영됐다. 금융 중심지이자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로 사랑 받는 여의도가 테러의 현장이 된 모습에 관객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 밖에도 한강은 여러 영화에서 단골 장면으로 등장했다. 성산대교와 반포대교, 동작대교 등 한강의 웬만한 다리는 모두 드라마와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한 ‘베테랑’이다. 세빛둥둥섬, 광진교 리버뷰 8번가 등도 촬영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영화 속 그 장면을 한강에서 다시 만날 방법도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한강공원 내 마포대교 하단에 ‘한강 어딘가에 그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름으로 영화 ‘괴물’의 모습을 형상화한 디자인 패널을 설치했다. 한강과 괴물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이밖에 한강을 무대로 한 문학작품, 여의도 비행장과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패널도 설치했다. 패널을 연결해 여의나루역∼녹음수 광장∼마포나루 수상택시 덱∼마포대교 하단∼물빛광장∼물빛무대∼너른벌판∼서강대교 하단에 이르는 산책로를 만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한강 등 30편의 이야기를 담아 ‘한강이 말 걸다’라는 스토리텔링 북을 발간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02-2133-2817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한강#어벤져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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