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국생활을 시작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이 식사 때 나오는 ‘반찬’이다. 놀라움을 넘어서 심지어 기쁘기까지 하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것만으로도 감동인데, 다 먹으면 또 주신다니!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말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이런 반찬 문화처럼 무엇인가 조금씩 더 주는 서비스는 한국의 ‘덤’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받으면 어쨌거나 기쁘다. 고기나 채소의 무게만큼 가격표를 달아서 파는 경우 “200g, 5000원입니다”라고 말한 뒤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그 다음에 주인이 한 움큼 더 넣어주는 식이다. 이런 덤을 만날 기회가 한국에서는 상당히 많다.
물론 그중에는 기쁜 덤도 있고 필요 없는 덤도 있다. 우유를 살 때 똑같은 상품의 미니 사이즈 상품을 덤으로 끼워 주는 것은 좋지만, 합성세제 겉에 라면을 테이프로 칭칭 감아놓은 것은…. 인스턴트 라면을 평소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든지 준다고 좋은 건 아닌데’ 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한국인 친구가 일본에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식당에서 단무지를 더 달라고 부탁했다가 점원이 100엔(1000원)을 더 내라고 하자 친구는 분개했다. 한국에서는 무료인데 왜 돈을 추가로 내야 하는지 친구는 이해가 안 된 모양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한국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덤이란 대단한 게 아닌,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는데 덤 좀 주면 어때’라는 논리일지 모른다.
반면 일본의 서비스는 ‘정성스러운 대접(오모테나시)’이다. 2020년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유치할 때도 각국의 사람들을 정성스럽게 대접하겠다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일본의 ‘대접’이란 상대가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백화점에서 과자를 살 때 예쁘게 포장된 과자를 쇼핑백에 넣어 주는데, 이 안에 또 다른 쇼핑백이나 포장지를 여러 개 더 넣어준다. 그 과자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선물로 건넬 경우 등을 감안해 새로운 봉투를 주는 것이다. 또 비 오는 날이면 종이봉투가 젖지 않도록 비닐 덮개를 씌워준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물수건이 구비되어 있고, 주문을 들을 때도 정중한 말과 태도로 대한다. 고객이 택시를 타면 당연히 운전사가 친절하게 인사하고, 내릴 때는 일부러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 주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대접은 모두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해서 한 행동이지만, 그게 오히려 지나치게 넘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시댁에는 백화점 종이봉투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몇 번이나 따로 버렸는지 모른다. 예쁜 상자로 포장한 뒤 또 종이로 예쁘게 포장해 주는 것도 그렇다. 깨끗해 보이고 아름답다는 평가도 있지만 포장 쓰레기만 늘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아주 실리주의라고 할 수 있다. 기분 좋게 해주는 대접도 좋긴 하지만, 이보다 100원이라도 깎아 주거나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주는 덤이 고객 입장에서는 낫기 때문이다. 이득 보는 기분이 들어서다.
반면 한국의 반찬문화는 재사용과 잔반 쓰레기 문제가 골칫거리라고 한다. 어느 것이나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합쳐지거나 반반씩 섞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쁜 포장이 좋기는 하지만 포장에 신경을 쓰는 만큼 가격을 깎아 주었으면 싶다.
너무 엉거주춤한 태도인 건가. 나도 반쯤은 한국인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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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주부다. 2012년부터 한국에서 산 지도 벌써 2년째. 일본
주부 눈에 비친 한일 양국의 문화 차이, 우리가 깨닫지 못했던 한국사회의 소소한 측면 등 생활 밀착형 에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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