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울산역에서 차로 30분 넘게 달려야 나오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28일 자녀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도시에서 소호리로 이사온 엄마들을 만났다.
김정화 씨(45·여)는 울산 중구 도심에 살다 2010년 자녀 둘, 남편과 함께 네 가족이 소호리로 이사했다. 김 씨는 “이사 오기 전후를 비교해보면 아이들이 놀랄 만큼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에 살던 울산 중구는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전형적인 도심이었다. 이곳에 사는 일명 ‘알파맘’이라고 불리는 엄마들은 초등학생 자녀의 일정을 30분 단위로 짜고 엄마들끼리 사교육 정보를 공유했다. 김 씨는 불현듯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3년 소호리에 여행을 갔다가 아름다운 환경에 감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과 상의한 끝에 귀촌(歸村)을 결정했다. 소호리 소호분교로 전학 온 아이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선 학원 수업에 시달리고 주말이면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보내던 딸과 아들은 백운산, 고헌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나무와 풀을 장난감 삼아 놀았다. 도시에서는 방과 후 학원에서나 친구를 만날 수 있었지만 소호리에서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개천과 논밭, 산등성이를 뛰어다녔다. 김 씨는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짜증이 줄었고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전 소호리로 이사 온 이선영 씨(42·여) 역시 초등학생 자녀가 신체활동이 왕성해져 키가 몰라보게 컸다고 했다. 그는 “도시에 살 때는 친구들과 싸우면 집에 와 종일 울기만 했던 아이가 이곳에서는 산과 숲을 다니며 상처를 치유했다. 아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법을 터득한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소호리에 자리를 잡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영어 수학 점수에서는 조금 뒤질지 모르지만 더 큰 소득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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