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전 직원 3만1600명 중 근속 연수 15년 이상인 2만3000명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특별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전 직원의 약 20%인 6000명 이상이 특별명예퇴직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하고 젊은 피를 채워 넣겠다는 황창규 회장의 의지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T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통신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KT가 근속 15년 차 이상 직원 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을 실시한다. 2003년과 2009년에 이은 세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이번 특별 명예퇴직으로 KT 전체 직원의 73%가 명예퇴직 대상에 오르게 됐다. 이달로 취임 석 달째를 맞는 황창규 회장이 본격적으로 KT 개혁의 칼을 뽑아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통신업계는 KT의 비대한 인력구조가 KT 혁신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KT는 8일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특별 명예퇴직 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KT 경영지원부문장은 “최근 회사 경영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특별 명예퇴직 및 자녀 대학학자금 지원 폐지 등 복지혜택 축소에 노사가 합의했다”며 “정년 연장 추세에 따라 2015년부터 임금피크제도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T는 올 상반기(1∼6월) 신입사원 공채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KT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1494억 원)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특히 여러 요인 중에서도 직원 수가 너무 많다는 게 큰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현재 KT의 총 직원 수는 정규직만 약 3만1600명으로 SK텔레콤(약 4200명)이나 LG유플러스(약 6700명) 등 경쟁사에 비해 최대 7배 이상으로 많다. 경쟁사는 비정규직도 포함된 수치여서 직원 수 차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KT는 매년 경쟁사보다 1조5000억 원 이상 많은 인건비를 지출해 왔다.
▼ 본사업무 계열사로 이전… 대학학비 지원 없애 ▼
특히 이번 명예퇴직은 갈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유선부문 인력(2만여 명)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KT는 1980, 90년대 한국통신 시절부터 유선사업을 해온 탓에 유선부문 인력이 과도하게 많다”며 “다른 회사에서는 2000명이 하는 일을 KT에서는 2만 명이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KT는 본사가 해온 유선 관련 업무도 계열사로 이양해 유선사업 조직을 슬림화할 계획이다.
이동통신업계는 KT의 2003년과 2009년 구조조정 당시 각각 5500명, 5900명이 퇴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 명예퇴직 규모도 6000명 선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KT가 이번 특별 명예퇴직을 기점으로 20년 이상 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매 분기 진행해온 정기 명예퇴직을 폐지하기로 해 이번에 퇴직 희망자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퇴직을 앞둔 직원들로서는 이번 특별 명예퇴직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2009년 당시 KT 퇴직 직원들은 퇴직금 외에 평균 1억4000만 원가량을 명예 퇴직금으로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이보다 약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KT 측은 밝혔다.
이번 특별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KT 직원들은 ‘퇴직형’과 ‘재취업형’ 중 한 가지를 택해 KT를 떠나게 된다. 퇴직형은 퇴직금과 명예 퇴직금을 한번에 받고 퇴직을 하게 되는 반면에 재취업형은 퇴직금만 받은 뒤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2년간 월급을 받고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형태다.
한편 KT는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노조와 합의한 다양한 방식의 긴축 경영안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대 75%까지 지원되던 자녀 대학 학비보조 완전 폐지 △연간 720만 원까지인 자녀 중고교 학비 320만 원까지로 감축 등이 결정됐다. KT 노조는 “회사가 없으면 직원도 없다는 각오로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KT는 이달 10일부터 24일까지 특별 명예퇴직 희망자를 접수하고, 25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퇴직 발령을 낼 방침이다. 이날 구조조정안이 발표되면서 KT의 주가는 전일 대비 6.84%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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