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경북 칠곡의 계모 임모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사안은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던 울산 계모 사건과는 구체적인 정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사건의 검찰 구형량도 달랐다. 울산지검은 지난해 10월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 박모 씨(41)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에 대구지검은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칠곡 사건의 계모 임 씨에게 2일 결심 공판 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울산 사건의 경우 검찰은 계모 박 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적극적으로 판단했다. 박 씨는 약 55분 동안 여덟 살 의붓딸의 옆구리, 배, 가슴을 무차별적으로 때려 약 1시간 만에 숨지게 했다. 갈비뼈 총 24개 중 16개가 골절돼 부러진 뼈가 폐를 손상시킨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었다. 계모 박 씨는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키 167cm, 몸무게 57kg인 박 씨가 키 130cm인 의붓딸을 사건 당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때린 점, 이후 그대로 방치한 점 등을 들어 ‘숨져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칠곡 사건의 피해 아동은 지난해 8월 14일 계모 임 씨가 오후 6시경 10여 차례 발로 밟고 오후 10시경 15차례 주먹으로 때린 뒤 이틀간 방치해 16일 오전 6시경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사인은 발로 배를 맞아 생긴 복막염이 악화돼 소장에 구멍이 난 것으로 판명됐다. 임 씨가 비교적 짧은 시간 배를 밟았고 의붓딸이 사건 발생 이틀 뒤에 숨진 것은 울산 사건과 다른 점이다. 검찰은 아이가 이틀 뒤 사망했기 때문에 ‘범행 당시 고의로 사망하게 할 의도까지는 없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방어 능력이 없고 신체가 약한 어린아이가 성인에게 폭행을 당할 때는 ‘죽을 수도 있다’는 예견을 할 수 있는 만큼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선 적극적으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부모에게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왔지만, 아이라는 피해 대상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의성을 더 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변호사는 “장이 파열되고 아이가 혼절한 상태로 방치됐는데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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