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년 전 10대들에게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와 바람막이 재킷이 큰 인기를 끌었다. 30만∼40만 원의 높은 가격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등하굣길에는 온통 검은 색상의 노스페이스 점퍼와 재킷이 넘쳐났다. 노스페이스 점퍼처럼 요즘 반 교복처럼 여겨지는 것은 아베크롬비 후드티와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이다. 인천의 고교 1학년생인 김모 양은 “솔직히 그 옷들이 예쁜지는 모르겠다. 그냥 다른 친구들이 입는 거 보면 나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정모 양(17)은 얼마 전 신학기 선물로 이모로부터 30만 원이 넘는 고급 브랜드 가방을 받았다. 가방을 메고 등교한 정 양은 같은 반 친구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한 친구는 정 양에게 “가방 봐라, 너 네 집 좀 사냐? 그렇게 안 보이는데?”라며 비꼬듯 말했다. 다른 친구들의 가방은 보통 10만 원대 제품들. 사흘을 고민하던 정 양은 결국 어머니를 졸라 10만 원짜리 가방을 새로 샀다.
또래 친구들과 같은 제품을 쓰려는 행태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 청소년들은 ‘튀고 싶으면서도 또래집단과 분리되는 걸 꺼리는’ 양면성을 지녔다. 한국리서치가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한 연령별 소비심리를 보면 13∼18세 응답자에서 ‘남들보다 특이하게 보이고 싶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청소년들의 응답 지수는 143으로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높았다.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같은 상표를 사는 경향이 있다’는 물음에 대한 긍정적 수치도 141로 가장 높았다.
소비자 트렌드 전문가인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리서치전문회사) 콘텐츠사업부장은 이와 관련해 “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건을 살 때는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기보다는 ‘남들이 좋게 봐줄’ 상품을 사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따라 입으려고 한다. 때로는 유명 브랜드의 옷을 친구들보다 먼저 입어 튀어 보이기를 바란다. 그러다가도 친구들이 자기를 따라하지 않는다면 이내 부담을 느낀다. 지난겨울 큰 인기를 끌었던 100만 원대 고가 패딩이 10대들에게는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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