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소송 ‘빅데이터’ 무기될까…전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0일 16시 22분


사진제공=담배 소송 흡연자 패소/MBC
사진제공=담배 소송 흡연자 패소/MBC

10일 대법원이 '담배소송'에서 흡연자 패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건보공단은 예정대로 14일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10일 김모 씨 등 30명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9년 소송이 제기 된 지 15년 만에 나온 첫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담배 제조사가 담배의 유행성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팔았다는 위법성이나 담배 제조나 설계 표시상의 결함 상고심까지 온 흡연자의 경우 흡연과 암 발생의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향후 건보공단 소송에서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와 설계 표시상의 결함, KT&G의 위법행위를 공단 측이 입증해야 한다.

건보공단은 이번 대법 판결은 흡연자 개인들과 담배 회사 간의 소송으로 기관인 건보공단의 소송과는 다르다며 승소를 자신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번 담배소송의 쟁점은 흡연·질병 간 인과성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이라며 "인과성 부분은 국내외 재판에서 이미 50% 정도 인정됐으며, 논란의 소지가 많은 위법성 부분도 나름대로 소송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그간 의학계 발표된 논문보다 더 사례 규모가 큰 '빅데이터'를 내세워 폐암과 흡연 간의 인과성을 충분히 입증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에 패소가 확정된 흡연자 측은 피해의 구체적 개별적 입증을 위해 담배회사에 자료 공개를 많이 요청했지만, 대부분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해서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공단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흡연과의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소송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돼도 현행법 상 합법적으로 담배를 제조 판매하는 담배회사의 위법성이 없다면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하다.

건보공단은 미국의 사례에서처럼 담배회사의 내부고발자로 인한 내부 문건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되면서 가장 많이 부각된 것은 담배 회사의 부도덕성이었다.

1994년 4월 전직 필립모리스 연구원 빅터 드노블 박사는 "1980년대 필립모리스는 동물 실험을 통해 니코틴의 중독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려던 자신을 해고했다"고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BW에서 해고당한 제프리 위건드 박사는 1996년 언론에 담배의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발암성 화학물질을 첨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국내 담배의 경고 문구 등이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렸는지에 대한 판단도 다시금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11일 소송 대리인 모집이 마감되면 곧바로 평가를 거쳐 법무법인을 선임한 후 최종 검토를 거쳐 이르면 14일에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소송 대상은 국내외 담배회사들로 구체적인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에는 현재 KT&G와 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 JT인터내셔널코리아 등 4개 국내외 담배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추진 중인 담배소송 규모는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302억원. 항소심 법원이 흡연과 인과성을 인정된 '편평세포 후두암'과 '소세포 폐암'은 물론,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흡연피해 인과성이 입증된 편평세포 폐암까지 포함시켜 산출한 금액이다.

한편, 대법원 담배 소송 흡연자 패소 소식은 인터넷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이날 오후 '담배 소송 흡연자 패소'는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가 됐다. 담배 소송 흡연자 패소 확정에 원고 측은 "생명 경시 판결"이라며 반발했고, KT&G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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