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얘기 듣고 펑펑 울었어 어른들은 왜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까
이젠 학대 없는 곳에서 잘 지내렴
하늘나라로 떠난 칠곡의 친구 ○○에게 옥천에서 소영이가 ”
안녕? 나는 충북 옥천군에 살고 있는 소영이라고 해. 올해 아홉 살이고 초등학교 3학년이야. 네가 살아있었다면 우린 동갑이겠지. 지난해 8월 네가 새엄마(임모 씨·36)에게 학대당해 숨졌다는 이야기를 나는 TV에서 처음 보고 알게 됐어. 나는 그전에는 학대라는 말도 몰랐어. 얼마나 아팠니, 얼마나 무서웠니…. 우리 엄마(43)는 방송을 보는 내내 울었어.
네 새엄마와 아빠(김모 씨·38)가 재판을 받던 11일 오전 나는 학교에 가는 대신에 엄마 손을 잡고 대구에 있는 법원에 갔어. 엄마가 학교 수업보다 더 배울 게 많을 거라고 하셨거든. 재판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방청권을 얻지 못해 아쉬웠어. 하지만 판사 아저씨가 아동학대한 사람들을 엄하게 벌줘서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게 해주길 법정 밖에서 간절히 빌면서 기다렸어. 판사 아저씨가 네 새엄마에게 징역 10년(상해치사), 네 아빠에게 징역 3년(아동복지법 위반)을 선고했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속상해서 울어버렸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못된 짓을 할 수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네 아빠는 왜 알면서도 보고만 있었을까. 주변에 다른 어른들도 많았을 텐데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너 혼자 외롭게 아프면서 죽어가도록 내버려뒀을까. 엄마가 그러는데 재작년 10월에 네 언니(12)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고, 작년 2월에 네 담임선생님이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을 때 어른들이 제대로 도와주기만 했어도 네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는 일은 없었을 거래.
왜 어른들은 우리가 마음 놓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걸까. 서울에서 정치인, 경찰, 공무원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앞으로는 너처럼 학대당하는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이란 걸 많이 내놨다는 얘기를 들었어. 다음에 누가 또 그러면 벌을 많이 준대. 예산이라는 것도 늘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라는 것도 많이 만든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미 너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없는데….
이제는 어른들이 ‘대책’이라면서 하는 말은 못 믿겠어. 엄마가 그러는데 지난해 12월에도 국회에서는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란 것이 통과됐대.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새엄마(박모 씨·42)에게 학대당해 숨진 △△이(당시 8세)를 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준다고 약속했대. 그런데 약속만 하고 정작 이 법을 지키기 위한 돈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나한테 투표권이 있다면 말만 앞서는 사람들 말고 정말로 우리 어린이들을 잘 보살펴 주겠다는 사람을 뽑을 텐데.
제발 어른들이 제대로 아이들을 지키려고 노력해서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너도, △△이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이번에는 약속을 잘 지키는지 꼭 지켜볼게.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이 기사는 경북 칠곡 의붓딸 학대사망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1일 대구지법에서 기자가 만난 김소영(가명·9) 양이 한 얘기를 편지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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