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3대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처음 나왔다. 최근 울산 울주 계모의 학대로 8세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학대당한 아이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주목된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신경과학센터 이자벨 만수이 교수팀은 후천적으로 생긴 트라우마가 정자를 통해 후대로 유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3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실험용 쥐는 어렸을 적 어미와 강제로 떨어지는 ‘생이별’을 겪으면 트라우마가 생겨 본능과 다른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생쥐는 생존을 위해 탁 트인 공간과 밝은 곳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데, 이런 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쥐들의 피와 뇌, 정자 속에서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쥐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특정 ‘마이크로 RNA’가 검출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이크로RNA란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작은 RNA로, 체내에 필요한 단백질을 얼마나 만들지를 결정하는 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트라우마를 직접 겪은 적이 없음에도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는 새끼 쥐가 트라우마를 직접 겪은 부모 쥐와 마찬가지로 체내에서 특정 마이크로RNA가 평균 이상 발견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또 트라우마 때문에 인슐린과 혈당 수치가 정상 쥐보다 낮은 것도 확인했다. 트라우마의 이런 악영향은 자손이 낳은 자손인 3대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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