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19)는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말썽꾸러기로 통한다. 지난달 17, 18일 밤 연이틀 송파구 오금동 횡단보도 앞에 드러누워 "쥐포가 되겠다"며 소란을 피우더니 4층짜리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자살 소동을 벌였다. 지난달 24일에는 마천동 주택 1층에 무작정 들어가 벽에 머리를 찧으면서 "죽어버리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송파경찰서 경찰관들은 상습적으로 말썽을 피우는 김 씨가 미울 법도 하지만 모두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김 씨는 어린 시절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아오다 5년 전 정신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김 씨 아버지(58)에 따르면 김 씨는 2.3kg의 미숙아로 태어나 체격이 왜소하고 몸이 약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또래들이 한겨울에 김 씨를 학교 정문 앞 분수대에 밀어 넣어 아버지가 학교에 옷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김 씨는 예의 바르고 차분한 성격이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평소에도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학교폭력이 심해질수록 폭력적인 증세를 보였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주차된 차를 발로 차기도 했다. 김 씨는 정신의학과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초기 판정을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때 두 번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김 씨는 부모가 15년 전에 이혼해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아버지가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했기에 김 씨는 혼자 있을 때가 많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기자가 1일 송파구 마천동 집을 찾았을 때 김 씨는 하얀 경찰복을 입은 채 자신을 '송파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의무경찰'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는 "애정결핍이 심해서 잘 대해주는 사람은 잘 따르는데, 사고를 칠 때마다 출동했던 경찰들이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니까 경찰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최근 정신질환 증세가 부쩍 심해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경 송파경찰서 정문에서 근무를 서던 의경에게 돌을 던지고 행패를 부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3일 오후 4시 50분경에는 마천동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운행 중인 기사를 위협하고 난동을 부려 결국 구속됐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김 씨의 사정이 딱하지만 최근 증세가 점점 심해져 주민에게 큰 피해를 끼칠 우려가 높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치료 감호를 받을 것 같은데 꼭 나아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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