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4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에 연루된 일부 국가정보원 직원의 불법행위를 밝혀내자 남재준 국정원장(사진)의 거취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서 남 원장과 서천호 2차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서 2차장이 “지휘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퇴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남 원장의 책임까지 묻지 않는다고 해서 남 원장이 국정원 조직의 관리책임자라는 점은 모른 척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가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증거 조작이라는 전대미문의 치욕을 당한 상황에서 자칫 ‘도마뱀 꼬리 자르기’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 초기인 지난달 10일 “검찰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면서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정원 직원이 한두 명이라도 처벌된다면 남 원장이 물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오면서 남 원장 거취 문제가 쟁점화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여권 내부에선 남 원장의 거취에 대해 신중하자는 기류도 없지 않다. 지난달 22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 기도에 이은 대공수사력 붕괴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남 원장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는 확고하다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6·4지방선거 전에 국정원 지휘부를 교체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현실적으로 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를 놓고 남 원장을 교체하라는 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남 원장의 거취는 계속 정치적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번 검찰 수사 결과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등 국정원 개혁 이슈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정원은 대공수사 파트의 협조자 관리, 증거 수집 방안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침투에 대처하지 못한 안보 라인에 대한 문책론도 변수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방선거 이전에 가급적 개각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에 개각은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