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쉼없이… 취업의 벽 뚫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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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진흥원 취업한 뇌성마비 장애인 김희섭씨

지난달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입사한 김희섭 씨(35)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만 당했는데 결국 IT업체에 취업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지난달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입사한 김희섭 씨(35)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만 당했는데 결국 IT업체에 취업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취업한 김희섭 씨(35)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국내 정보보안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김 씨는 선천적 뇌성마비 3급 장애인. 하지만 말이 다소 어눌할 뿐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은 쉽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1999년 전문대 전산학과를 졸업했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던 것.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관련업체에 도전했지만 “협업을 해야 하는데 말을 못하면 어쩌냐”며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김 씨는 “컴퓨터 지식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아이디어를 말로 설명하는 데에는 남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리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고컴퓨터 판매 회사에 입사해 잠시 일했지만 말을 잘 못하는 그에게 판매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 씨는 “‘나는 안 되나 보다’ 하는 생각에 세탁회사, 재활용업체 등에 들어가 육체노동을 했지만 IT 전문가가 되고 싶은 꿈을 도저히 접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결심한 김 씨는 지난해 9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훈련기관인 일산직업능력개발원의 IT융합 분야에 입학했다. 오직 실력만이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번이 IT 분야에 입사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강의실 불이 다 꺼질 때까지 공부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의 고진감래는 지난달 원서를 냈던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합격 통보로 돌아왔다. 약점이던 자기소개와 프레젠테이션을 아예 외워버릴 정도로 준비한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게 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평소 희망하던 악성코드 탐지분야에서 일하게 된다.

김 씨는 “IT 분야는 다른 직종에 비해 능력만 있다면 장애인도 취업하기 쉬운 직종”이라며 “장애인들이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한국인터넷진흥원#김희섭#뇌성마비 3급 장애인#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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