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탈출하라’ 관제지시 무시…선장 ‘1호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17시 20분


진도 여객선 세월호 참사. 사진=진도ㅣ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진도 여객선 세월호 참사. 사진=진도ㅣ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세월호 침몰 사고

진도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최초 조난 신고를 한 이후, 배가 기울고 있는 데도 탈출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제주해상관제센터에 최초로 조난 신고를 했다. 세월호는 "해경에 연락해 주십시오.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 있습니다"라고 했고 1분 후 "지금 배가 많이 넘어 갔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빨리 좀 와주십시오"라며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관제센터는 9시에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 모르니 준비해주세요"라며 긴급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세월호는 관제센터의 탈출 교신도 무시하고 배 안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계속 내보냈다.

첫 신고 당시 배는 20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탈출 지시가 그대로 실행됐다면 생존자는 더 많았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선장과 기관사 등 승무원들이 9시쯤 빠르게 배에서 탈출하면서 선내를 제대로 컨트롤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시 40분부터 해양경찰의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되었으나, 9시 54분 세월호의 좌현 현 측이 물에 잠겼다.

9시 50분께 선장 이모 씨는 1등 기관사 손모 씨, 조기수 박모 씨 등 선원 6명 등과 함께 구조됐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선장 이씨는 가장 먼저 탈출 행렬에 합류했으며 기관사 및 조타수 등 선원 6명도 '첫 구조 그룹'에 포함됐다.

10시 15분께 세월호에서는 관제 센터의 '탈출 지시'가 방송됐다. "여객선 침몰이 임박했으니 탑승객은 바다로 뛰어내리는 상황에 대비하라"라는 내용이 방송으로 나왔으나, 이때는 이미 선체가 너무 기울어져 승객 이동이 힘든 상황이었다.

해상 사고 시 선장과 선원은 배에서 마지막까지 승객 탈출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이 최대 임무이자 도리이다. 세월호 선장 이씨는 17일 해양경찰서 조사에서 "면목이 없다. 유가족들께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명정이 한 두 개 밖에 펼쳐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명정을 타고 탈출하셨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떨궜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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