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뜬눈 밤새우며 기도… 현장가는 배 못 탄 가족 발동동
“시신 봤다” 소식에 오열… “배에 산소 넣어달라” 항의
진도체육관선 추가사망자 이름 나올때마다 흐느껴
애끊는 가족들… 눈물의 팽목항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은 빗방울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전남 진도 해역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째인 17일 진도군 팽목항. 사고가 난 16일 오후 8시경 팽목항을 찾았던 20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빠 왔어, 아빠 왔다고, 아들!” “아이고 우리 민지, 엄마가 여기까지 왔다.”
가족들은 바다를 향해 애끊는 목소리로 자식들의 이름을 불렀다. 조금이라도 사고 현장 가까운 곳에 다가가려고 애썼다. “우리 아이가 저 추운 데 있는데 부모가 따뜻해서 뭐 하겠냐”며 식사나 따뜻한 음료를 거절하는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오전 7시 반경 팽목항에서는 실종자 가족 200여 명을 태운 선박이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사고 해역으로 출발했다. 자리가 모자라 배에 오르지 못한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떠나가는 배를 바라봤다.
해가 뜨면 곧장 구조 소식이 들릴까 기대했던 가족들은 오히려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접하자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바람과 거센 조류에 구조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일부 가족은 “배에 산소부터 넣어 달라” “당장 배랑 헬기를 띄워 구하러 가라”고 해경에 요구했다.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언급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거세졌다. 정부와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구조시간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생존자 명단이 팽목항에 퍼지자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아이고 내 딸아, 네가 아직 살아있구나. 엄마가 왔다”며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해당 메시지와 명단은 이후 경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오후 1시경 실종자 가족을 태운 선박이 되돌아오자 항구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학부모 2명은 바다에서 시신이 떠오르는 걸 봤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주변에서 불안에 떨던 피해자 가족들은 하나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바닷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텐트 안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지만 항구를 벗어날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실종자 전하영 양의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딸의 목소리가 계속 생각난다. 며칠 밤이 되더라도 계속 기다릴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에서도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오전 6시경 10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추가로 팽목항으로 이동하며 체육관의 분위기는 잠시 가라앉았다. 밤새 오열하던 가족들도 하나둘 지쳐 체육관 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러나 오전 7시경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오전 5시 4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총 4차례 입수한 결과 선내 진입에 실패했다”는 수색 결과를 발표하자 이들은 “어제부터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마음을 다스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학부모가 학부모 대표자들을 뽑아 정부와 경찰 방침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학부모는 “빨리 아이를 찾아야지, 싸우지 말자. 제발 대책을 강구해 보자”며 흥분한 가족들을 다독였다. 조카를 잃어버린 지모 씨(47)는 “나나, 여기 있는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며 “서로를 위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망자가 계속 확인되면서 가족들의 불안은 커져 갔다. 사망자 이름이 호명될 때는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후 9시를 넘어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2구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곳에서도 바로 소식을 듣고 싶다. 숨기지 말아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들은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제발 산소라도 투입하자”고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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