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혼자 남은 아이들
부모-형과 제주도로 가족여행… 사고직전 혼자 갑판서 놀다 구조
조충환(45) 지혜진 씨(45·여) 부부는 15일 오후 9시 인천에서 두 아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여객선 ‘세월호’에 올랐다. 탑승하기 전 칼국수를 먹고 혹시나 두 아들이 멀미라도 할까봐 멀미약을 산 뒤 배에 몸을 실었다. 조 씨가 회사 출장차 제주도에 가는 김에 가족 여행을 겸하기로 한 거였다. 조 씨는 혼자 출장을 가면 비행기를 타려 했지만 가족 전체가 함께 가는 여행이라 경비를 아끼려고 여객선을 선택했다. 두 아들은 평일에 여행을 가는 거여서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다.
즐겁기만 할 줄 알았던 가족여행은 하루도 채 안돼 참담한 비극이 됐다. 16일 둘째아들 요셉 군(8)이 아침식사를 마친 오전 8시 30분경 “놀러가겠다”며 혼자 선실을 나선 지 20여 분 뒤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조 씨 부부는 위기를 직감하고 둘째아들을 찾으러 여객선을 헤매고 다녔다. 큰아들 지훈 군(12)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아빠는 요셉이 찾으러 나갔다. 지금 배가 자꾸 기울고 있는데 할머니가 기도해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 가족은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요셉 군은 여객선 갑판 쪽에서 놀고 있다가 사고 직후 다행히 구조됐다. 그러나 애타게 아들을 찾아 나선 조 씨 부부와 지훈 군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요셉 군은 구조선을 타고 진도로 온 뒤 진도군청 공무원 최보미 씨의 집으로 옮겨졌다. 다친 곳이 전혀 없는 데다 병원에 취재진이 많이 몰려 혹시나 요셉 군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것 같아 다른 곳에서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요셉 군의 외삼촌 지대진 씨(44)는 “요셉이는 부모랑 형이 실종됐는지도 모르고 곧 돌아올 것으로 알고 있다. 수학여행 도중 변을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도 가슴 아프지만 가족의 생사도 모르는 피해자들의 비통함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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