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들이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자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회담 하루 전에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는 친러 시위대 3명이 숨지는 등 유혈 사태가 멈추지 않았다.
4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에 크림 반도 반환을 요구했다고 안드리 데시차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이나 전문가들은 한 명도 없으며 시위대는 모두 현지 주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의회가 내게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권리를 승인했지만,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민감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TV 대화에서는 러시아로 합병된 크림 반도 주민들도 생중계 전화 연결을 통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를 향해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이와 관련해 제재 대상에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체 등을 포함시키고 우크라이나군에 의약품과 의복 등 군수품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17일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제네바 회담에서 성과가 없으면 러시아 제재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음 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제재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주 남부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에서 16일 밤 300명의 친러시아 무장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군부대에 화염병을 던지고 초병들에게 사격을 가해 교전이 발생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전 과정에서 친러 민병대원 3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했으며 63명이 구금됐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피해는 없다”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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