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가 사고 직전 급선회한 사실이 항적(航跡)과 해경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6825t 규모의 대형 여객선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화물 등이 한쪽으로 쏠려 복원력을 상실한 것이 침몰의 결정적 원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가 사고 직전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선회했다고 17일 밝혔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자료를 1차 분석한 결과 16일 오전 8시 48분 남쪽으로 향하던 선박이 갑자기 우현 선회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월호가 제주해양관리단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최초 사고 보고를 했던 오전 8시 55분보다 7분 앞선 시점이다. 해수부가 공개한 AIS 항적에 따르면 세월호는 급선회 후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고 4분 동안 남서쪽으로 100m가량 움직인 뒤 오전 11시 20분 침몰할 때까지 항로를 벗어나 북쪽으로 표류했다.
해경 수사에서도 급선회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세월호 선원 A 씨는 해경 조사에서 “당시 조타는 정타(직진 방향)였는데 갑자기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방향을 틀기 전 속도가 크게 줄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승무원은 “사고 직전 세월호가 다른 선박을 피하기 위해 선회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화물칸에 쌓여 있던 컨테이너 등이 원심력 때문에 왼쪽으로 쏠리면서 무너져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에는 475명의 승객·승무원이 탔고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등 화물 1157t이 실려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선박 아래칸에 있는 화물이 갑자기 한쪽으로 쏠리면 균형 한계치를 넘어 배가 서서히 기울게 된다”고 말했다. 조타실에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 쏠린 무게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선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선박이 여러 차례 개조된 것도 복원력 상실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1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을 때 5997t 규모였으나 한 달 뒤 589t 늘어난 6586t으로 개조됐다. 이후 2012년 10월 한국 청해진해운에 매각됐다. 청해진해운은 객실 증설 공사를 진행해 6825t으로 늘렸다. 건조 직후에 비해 총톤수는 828t, 객실 정원은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다.
‘조종 과실’ 의혹도 제기됐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는 세월호 운항에 투입된 지 5개월이 안 되는 3등 항해사 박모 씨(26)가 있었다. 선장 이준석 씨(69)는 조타실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장 휴식 때 다른 항해사가 키를 잡는 것이 규정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조류가 거센 섬 밀집 지역의 좁고 굽은 협수로를 운항하면서 실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맹골수도’ 해역은 조류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선원 B 씨는 “출발이 지연되면서 평소 다니던 곳이 아닌 코스로 운항 중이었는데 경력이 짧은 박 씨에게는 익숙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승객들에게 신속한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선장 이 씨를 이날 다시 불러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선원법 위반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이틀째 조사했다. 이날 검찰과 해경은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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