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삼각 급선회 미스터리
선체 균열 모른채 출발 가능성… 다른 선박 갑자기 발견했을수도
항해사의 운항 부주의 지적도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급선회’ 때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왜 급선회를 하게 됐는지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6825t급 대형 여객선 ‘세월호’는 항적(航跡·항해 기록)을 통해 사고 직전 급선회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당시 해역은 파도가 잔잔했고 암초도 없는 곳이었다.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사고 변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운항 전문가들은 ①침몰 사고 전에 이미 세월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거나 ②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려 했거나 ③항해사의 운항 부주의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분석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 48분 세월호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초 사고 신고가 접수된 8시 52분보다 4분 앞서 뭔가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급선회한 뒤에 400여 m를 진행하던 여객선은 8시 52분 갑자기 방향을 다시 북쪽으로 틀었다.
세월호의 속도가 크게 줄면서 방향을 잡지 못한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약 18노트(시속 약 30km)로 가던 배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속도가 5, 6노트로 줄었고 이후 4.3km를 지그재그로 운항했다. 해수부는 이때부터 사실상 세월호가 동력을 잃고 해류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선은 오전 10시 12분 완전히 멈춰선 뒤 오전 11시 20분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갑자기 항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대형 컨테이너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한쪽으로 쏠렸고 배의 무게 중심이 기울면서 침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해양학자들은 세월호가 일부 손상된 상태에서 출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항해학부)는 “침몰 당시 상황으로 미뤄 여객선 왼쪽에 금이 가 있었을 수 있다. 운항 도중 이곳으로 물이 들어왔고 갑자기 항로를 돌리는 과정에서 균열이 커지면서 침몰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해사수송과학부)는 “배가 암초를 타고 넘어가듯 통과하다 밑바닥(선저)이나 선미 쪽이 살짝 긁혔을 경우 배 안에서는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 후 손상된 부위에 물이 스며드는 걸 모른 채 계속 운항하다 침몰 지점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급격히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산하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팀으로 이번 사고 관련 자료를 분석한 박성현 목포해양대 교수(국제해사수송과학부)는 침몰 원인을 다르게 봤다. 그는 “병풍도에서 제주도 방면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뱃머리를 돌린 건 돌연 나타난 다른 선박을 피하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 아니면 여객선 조타기의 고장 때문에 급선회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한 선원 역시 “세월호가 사고 직전 다른 선박을 피하기 위해 선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숙한 조종에 따른 과실도 침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는 세월호 운항에 투입된 지 5개월도 안된 3등 항해사 박모 씨(26·여)가 ‘키’를 잡고 있었다. 조류가 빠른 데다 좁고 굽은 협수로를 제대로 운항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선장 이준석 씨(69)와 박 씨에 대한 해경 조사 결과가 나와야 의문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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