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 지 사흘째인 18일 실종자 수색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수색·인양작업과 관련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조선해양공학 분야 전문가인 성우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지상원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 성형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의 설명을 통해 여러 궁금증을 풀어봤다.
Q: 침몰 직후 뱃머리에 구멍을 뚫고 선체에 신속하게 진입했어야 하지 않나.
A: 배가 침몰한 직후에는 선체 안에 공기가 차 있는 상태이고, 이 때문에 물에 뜨는 힘 ‘부력’이 유지된다. 배 여기저기가 부서져 선체 안으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뱃머리에 구멍을 내면 안에 있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와 급격히 물이 차 배가 가라앉는다. 선체 안 ‘에어포켓’(선박이 뒤집혔을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선내 일부에 남아 있는 현상)이 있는 게 유력한 상황이고 생존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선체에 구멍을 낼 수 없다. 또 대형선박은 철판 두께가 3cm를 넘는데 이를 절단하기 위해서는 중장비가 필요하다. 사고 현장까지 수송해 오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Q: 대형유조선 등으로 침몰된 배를 둘러싸면 조류가 약해져 구조작업이 원활하지 않을까.
A: 사고 해역을 군함이나 대형유조선 등으로 둘러싸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류는 수면 위 파도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 수십 m에서 이동하는 물의 흐름이다. 아예 대형선박 여러 척을 바닷속으로 가라앉혀 바닥에서부터 수면까지 벽을 쌓듯 둘러싼다면 조류를 막는 효과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단지 수면 위에서 대형선박으로 사고지점을 둘러싸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파도를 막으려 띄운 선박도 시간이 지나면 파도 때문에 위아래로 진동한다. 대형선박의 진동이 또 다른 파도를 만들어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소지도 있다.
Q: 수색작업이 난항인데 배를 수면 위로 더 끌어올려 내부를 수색할 수는 없나.
A: 가능하다. 크레인으로 선수(船首)에 체인을 걸어 현재 위치에서 수직에 가깝게 세울 수 있다. 천안함 사례처럼 선체가 완전히 바닥에 가라앉았다면 어렵지만 현재 선체에 부력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고 선체도 크게 훼손된 곳이 없어 각도를 높여 세울 수 있다. 현재 동원된 크레인은 그 정도의 무게는 충분히 들어올릴 수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부분이 많아지면 잠수부가 아니더라도 선체 안에 진입해 수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생존자가 있다면 위험한 방법이다.
Q: 사고 직전 세월호가 급선회했다는데 그것만으로 대형여객선이 침몰할 수 있나.
A: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단순히 방향을 급하게 바꿨다고 침몰하지는 않는다. 선박의 조타실에는 승용차 핸들처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키’가 있다. 보통 이 키는 왼쪽으로 35도, 오른쪽으로 35도까지 움직인다. 방향을 바꿀 때 5도씩 천천히 바꿀 수도 있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35도로 확 틀 수도 있는데 모두 운항이 가능한 범위 내다. 세월호는 사고 당일 평균 20노트로 운항했는데 일반 화물선은 25노트, 군함은 35노트까지 항속을 올리기도 한다. 최대속도는 50노트가 한계라고 본다. 즉, 세월호가 과속을 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다른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복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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