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사고 수습이 한 고비를 넘기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끊임없이 ‘국민 안전’을 강조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무사안일한 공무원의 ‘민낯’을 여실히 본 만큼 개각을 포함한 인적 쇄신 시기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공포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박 대통령은 “그(퇴출) 이유를 모든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려 자리 보전을 위한 처신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책임 회피에 급급했거나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킨 공무원들을 대대적으로 솎아내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다.
또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도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을 만든 것은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직 관료들 간의 유착 행태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칼을 대겠다는 얘기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여객선의 안전관리 업무를 지도하는 해운조합을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장악하면서 해수부가 해운조합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이 지적한 사안을 18개 항목으로 세분해 각 부처로 내려 보내는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특히 안행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무총리실에 보다 강력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구축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안행부와 해수부, 해양경찰청 등의 보고가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대통령부속실 직원들이 사회안전비서관실에 상주하며 대통령 보고 내용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현재의 허술한 재난대응 시스템과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인식을 너무 잘 봤기 때문에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대형 사고 발생 시 안행부가 아닌 주무 부처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보고 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