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미국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1800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최대의 자연재해 중 하나였다. 당시 카트리나로 직격탄을 입은 지역은 3, 4개 주였지만 응급대피소는 무려 31개 주에 1400곳이 마련돼 45만 명이 치료를 받았다.
응급대피소의 상당수는 심리적 트라우마 치료 전용으로 마련됐다. 심리치료소는 보건부 산하 전미정신건강협회(NIMH)와 적십자사(ARC)가 공동으로 운영했다. ARC는 1992년부터 전미심리학회(APA)의 지원을 받아 재난대응네트워크(DRN)를 운영하고 있다. DRN은 전문 심리치료사들로 구성돼 사고의 특성에 맞는 심리치료 가이드라인을 신속하게 구축하고 치료소에 파견한다. 카트리나 때는 이틀 만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심리우선지원(PFA)’이라 불리는 이 가이드라인은 피해지역 200여 곳에 배포됐고 18만 명이 치료를 받았다. 가이드라인은 피해자 연대감 구축, 안전 확보, 심리적 안정, 정보 수집, 실용물품 지원, 지원그룹 형성, 치료정보 제공, 협력서비스 링크 등 8가지 행동수칙으로 구성됐다.
가이드라인은 피해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치료한다. 사전 단계(재난 이전), 충격 단계(사고 직후), 반응 단계(사고 72시간 전후), 회복 단계(그 이후)로 나뉜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반응 단계로 사상자 통계가 속속 발표되고 시신 확인 등의 절차가 이뤄지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심리적 충격이 가장 큰 시기다. 현재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심리적 충격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
심리 치료는 다양하게 이뤄진다. 칫솔과 머리카락에서 DNA 증거를 추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카운슬링을 해주고 마사지 치료까지 한다. 사망자 가족을 위한 슬픔 극복 트레이닝도 진행한다. 회복 단계는 장기적 지원으로 가족들이 우울증이나 약물중독에 빠지지 않게 돕는다.
DRN 소속으로 미시시피에 파견됐던 리처드 힙스 브리검영대 교수는 하루 13시간씩 치료소 4∼7곳을 돌았다. 그는 “환자들이 가족과 헤어져 정신적 공황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ARC 데이터베이스로 가족을 찾아주는 일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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