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혼란의 구조 현장]
진도 못내려간채 단원고서 기다려… 21일 아들 시신은 엉뚱한 곳으로
잇단 오류가 가족들 두번 울려
말기 암 투병으로 진도에 내려가지 못하고 기다리던 아버지가 결국 실종된 아들을 시신으로 맞았다. 아들은 다른 집의 자식으로 오인돼 아버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경기 안산으로 옮겨져 있던 상태였다.
22일 오후 심모 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아들(17)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편도암 말기로 투병 중이던 심 씨는 진도로 가지 못한 채 안산 단원고 강당에서 막연히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침몰 사고 이후 심 씨는 줄곧 단원고 강당 맨 앞자리를 지켰다. 심 씨의 부인과 딸은 진도에 내려갔지만 심 씨는 투병 중이라 갈 수 없었다. 심 씨는 강당에서 마이크를 잡고 “네가 살아올 때까지 내가 학교를 지킬 테니 네가 좋아하던 학교로 돌아와서 네가 지켜라”라며 흐느끼기도 했다. 주변에선 끼니때마다 음식을 권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셨다.
당초 아들 심 군은 21일 오전 1시경 이모 군으로 신원이 잘못 파악돼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빈소에는 유족과 학교 선후배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22일 오전 10시경 DNA 검사 결과 유족과 불일치 판정이 나와 시신이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을 확인한 해경은 심 군을 자기 자식으로 잘못 알고 있던 이 군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따라 23일로 예정된 발인은 잠정 보류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신원 미상의 시신을 다시 진도로 보내지 않고 안산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시신이 뒤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7일에도 허술한 신원 확인 때문에 신원 미상의 시신이 목포와 안산을 오가는 일이 벌어졌다.
실종된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심 씨가 아들 사망 소식을 통보받은 것은 22일 오후 5시경. 차 안에서 영수증을 정리하고 있던 그는 넋을 잃은 사람마냥 표정이 없었다. 심 씨는 기자에게 “내 몸이 어떻게 되면 휴대전화를 꼭 살펴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는 말하지 않은 채 차를 몰고 떠났다.
식자재 운송 일을 하던 그에게 아들은 금쪽같은 존재였다. 동네 주민에 따르면 심 군은 딸 둘에 이어 낳은 막둥이였다. 심 씨의 이웃은 “편도암으로 수술했는데 재발한 것 같더라. 요즘 급격히 더 안 좋아졌다”며 “최근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니는 것 같던데 아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몸이 안 좋은 상황이라 아들이 유일한 희망이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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