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직각(90도)으로 기울기 직전 바로 30cm 앞 선체 유리창에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뭐라고’ 외치는 것이 보였어요. 꼭 구하고 싶었는데….”
전남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 어민 김승태 씨(53)는 23일 세월호 침몰 직전 단원고 학생들이 유리창 너머로 외치던 소리 없는 안타까운 절규를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김 씨와 김현호(47), 김대열(44), 김준석 씨(40) 등 대마도 어민 4명은 16일 오전 9시 20분 조도면 청년회장 정순배 씨(51)가 보낸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김 씨 등은 어선 2척을 타고 서둘러 출동했다. 대마도 어민들의 어선은 1t 크기로 작지만 속도가 빠른 어장관리용이다. 대마도는 사고해상에서 7km 거리다. 대마도는 전체 79가구 주민 11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김 씨 등 4명이 침몰하는 세월호 옆에 도착한 시간은 16일 오전 9시 40분∼10시로 추정된다. 대형유조선 두라에이스호와 다른 대형 어선들이 사고해역에 도착했지만 선체가 커 침몰하는 세월호에 접근할 수 없어 주변을 맴돌았다. 김 씨 등이 탄 소형 어선은 목포해경 소속 P-123정에서 내려진 고속보트와 함께 세월호에 선체를 대고 구조작업을 했다.
어민들은 세월호가 50∼70도 기울었을 때 구조작업을 시작했다. 김 씨는 세월호 선체가 직각으로 엎어져 넘어갈 때 상황을 목격했다. 세월호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반 바퀴 도는 모습도 봤다. 세월호가 전복되면서 돌 때 구명조끼를 입은 단원고 여학생 1명이 바닷속에서 나왔다. 이어 나타난 검정 슈트를 입은 해경 대원 2명이 전복 직전에 극적으로 구출해낸 것이었다.
당시 대마도 어민들이 구조한 승객은 30∼5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현호 씨는 “아직도 꽃다운 학생들을 모두 살리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며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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