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24일 검사와 수사관 등 21명이던 수사 인력을 대검찰청에서 지원받은 17명을 더해 38명으로 늘렸다.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이날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정부 사정기관들이 함께 회의를 열고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 추적과 역외 탈세 혐의 규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 매년 일정 비용 받고 지주사가 컨설팅?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해 검찰 수사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범죄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난해 매출 중 99%가 내부 계열사(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고, 계열사들이 매년 상납하듯 일정 금액을 홀딩스로 보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판다는 2011년 8200만 원, 2012년과 지난해엔 8400만 원씩 홀딩스로 보냈다. 문진미디어와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천해지, 아해와 세모 등도 비슷한 거래 행태를 보였다. 검찰은 이 거래들의 명목이 ‘컨설팅 비용’인 걸 확인하고 컨설팅이 실제 이뤄졌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게다가 청해진해운과 문진미디어, 아해 장부엔 홀딩스와의 거래 명세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회사들 간의 매출과 매입이 일치하지 않아 수억 원의 차이가 있는 점도 발견했다.
검찰은 컨설팅 비용이라고 보기엔 금액이 일정하고 직원이 4명인 홀딩스가 많은 계열사들을 매년 컨설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허위 거래를 통해 3년 사이 15억 원이 넘는 계열사 돈이 홀딩스로 빼돌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홀딩스의 대주주인 유 전 회장 일가는 영업이익에 대한 현금 배당을 꾸준히 받아갔다.
○ 아해, 국고보조금 가로챈 의혹
검찰은 유 전 회장의 호를 딴 ㈜아해가 연구개발(R&D) 명목으로 지난해까지 24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가로챈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도료, 안료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아해가 계속 동일한 항목으로 개발비를 받아간 점을 볼 때 실제 연구 사항이 없는데도 정부를 속여 돈을 챙겼는지 의심하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가 24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아해 공장을 찾아갔는데 수십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아 쓸 정도의 R&D 시설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공장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소를 별도로 마련하진 못했지만 10명 안팎의 기술팀에서 연구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 중에도 종교단체인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비 업무도 40, 50대 여성이 할 정도로 여성 직원이 많이 보였다.
검찰은 종교 활동과 기업 운영이 분리되지 않아 교회의 자금과 신도들의 사채가 사업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44)가 최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는 2011년 말 기준 281억 원을 기독교복음침례회로부터 장기 차입했다. 또 유 전 회장이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대지를 하나둘셋영농조합 명의로 돌려놓고 차명 관리한 정황을 포착했다. 제주도의 청초밭영농조합법인, 경북 청송군의 보현산영농조합법인 등 유 전 회장 관련 농장도 수사 대상에 올려놨다.
○ 아해 프레스 프랑스, 해외로 자금 빼냈나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해외 사진전을 주관하는 프랑스 법인 ‘아해 프레스 프랑스’를 통해 국내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32억 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낸 이 회사의 주식을 청해진해운의 관계사들이 잇달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는 2012년 약 14억 원을 투자해 ‘아해 프레스 프랑스’의 지분 24.51%를 사들였다.
지난해 ‘아해 프레스 프랑스’가 대규모 영업 적자를 내면서 천해지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2012년 약 14억 원에서 지난해 7억4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천해지는 지난해 ‘아해 프레스 프랑스’에 19억4500만 원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아해 역시 지난해 ‘아해 프레스 프랑스’의 지분 51.32%에 대해 합작투자(조인트벤처) 약정을 맺고 약 7억2000만 원을 투자해 지분 10.18%를 취득했다. 핵심 계열사들이 잇달아 본래 사업 영역과 전혀 관련이 없는 프랑스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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