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애도” 묵념으로 시작한 한미정상회담
朴대통령 “북핵 등 안보환경 변화”… 오바마 “위안부, 끔찍한 인권침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는 만큼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해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지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역내 변화하는 안보 환경을 고려해 2015년으로 돼있는 (한국 주도 방위를 위한)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10월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두 정상은 26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를 함께 방문해 대북 대비 태세를 점검한다. 양국 정상이 한미연합사를 함께 방문하는 것은 1978년 연합사 창설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단거리 위주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되 한미 간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끔찍하고 지독한(terrible, egregious) 인권 침해”라며 “정확하고 분명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일본인들도 과거를 반드시 솔직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도 “아베 총리가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55명밖에 남지 않은 만큼 더 늦기 전에 성의 있는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식민 지배와 군 위안부 동원의 국가 책임을 인정한 무라야먀 담화(1995년)와 고노 담화(1993년)를 승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두 딸을 가진 아버지로 희생자 부모님의 마음이 어떤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미국 국민을 대신해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남쪽 마당에 있던 목련 묘목을 가져와 많은 학생이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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