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애물 단지 ‘다이빙 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세월호가 침몰해 있는 해역에는 200척이 넘는 배가 구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실종자를 찾는 잠수부들에게 거점 역할을 하는 배는 바지선 ‘리베로’다. 이 배에서 해군과 해경 소속 잠수부들이 세월호와 연결된 6개의 수중 가이드라인(잠수부들이 바닷속 선체로 진입하기 위한 줄)을 잡고 물속에 들어가 수색을 벌인다. 가이드라인 1개에 2인 1조로 움직이니 최대 12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지난주 늦어지는 구조에 분통을 터뜨린 실종자 가족들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붙잡아 놓고 ‘다이빙 벨’ 투입을 요구했다. 종처럼 생긴 다이빙 벨은 잠수부들이 좀 더 오랜 시간 물속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중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다. 작업 도중에 그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도 있어 수색 시간을 늘릴 수 있을 듯하지만 투입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다이빙 벨이 실종자 구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 대표의 주장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김 청장에게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 대표는 천안함 폭침 당시에 좌초설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이 씨는 사흘에 걸쳐 다이빙 벨 투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조류가 거센 데다 이 씨의 배에서 내린 닻줄이 바지선 ‘리베로’의 닻줄과 부딪쳐 ‘리베로’에 있는 잠수부들의 반발을 샀다. 잠수부의 생명선과 마찬가지인 줄을 건드렸다. 다이빙 벨이 조류에 휩쓸릴 경우 2차 사고가 터질 가능성도 있어 무척 조심스럽다.

▷해군은 다이빙 벨보다 성능이 뛰어난 심해 잠수장비인 PTC도 거센 조류 때문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조류와 관계없이 20시간 연속 작업을 할 수 있다던 이 씨가 “최대 작업 시간은 1시간 20분”이라고 물러서니 그의 말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진다. 다이빙 벨 투입으로 ‘리베로’의 줄과 엉키기라도 하면 잠수부 안전에 치명적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실종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에 얼치기 전문가와 일부 인터넷 언론이 편승해 구조 작업에 혼란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세월호#다이빙 벨#리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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