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크는 중국 ICT 산업]<上>고속성장 원동력 들여다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中 1위 기업 지분 절반만 팔아도… 한국 인터넷기업 모두 살수 있다”

무섭게 크는 중국 ICT

‘33조 원’(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대 ‘400조 원’(텅쉰 알리바바 바이두). 한국과 중국 인터넷 3대 대표기업(시가총액 기준)들의 시가총액 차이는 10배 이상이다. 중국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다. 한국 인터넷업계 고위 관계자는 “텅쉰의 지분 절반만 팔아도 한국 인터넷기업을 모두 살 수 있다”며 “중국 인터넷기업들의 한국 공략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 한국 넘어선 중국 ICT 환경

“바이두(百度)로 갑니다.”

2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北京)의 베이징대 정문 앞에서 만난 류이거(劉一格·20) 씨는 스마트폰에 대고 말했다. 2분 정도 지났을 무렵 빈 택시 한 대가 다가왔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콜택시 앱(응용프로그램) ‘콰이디다처(快的打車)’의 위력이다. 이 앱을 쓰면 인근 택시들에 목적지를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다. 류 씨는 모바일 전자결제 서비스 ‘즈푸바오(支付寶)’를 이용해 택시비를 결제했다. 미국의 ‘페이팔’과 유사한 즈푸바오는 현금을 충전해 온라인 쇼핑은 물론이고 비행기 티켓까지 살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중국에는 이같이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바일+금융’ 서비스가 적지 않다. ICT가 금융 분야보다 빨리 발전해 관련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스마트폰으로 ‘별그대’ 보는 中 20대, 모바일혁명 이끌어 ▼

○ 중국, ICT 분야에서 G2 반열에


텅쉰(騰訊·Tencent), 알리바바(Alibaba), 바이두(Baidu) 등 중국의 3대 인터넷기업의 영문명 첫 글자로 조합한 ‘TAB’는 세계적으로 중국 ICT 산업을 대표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차지한 알리바바는 올해 상반기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을 앞뒀다. 세계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을 약 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각각 홍콩증시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판 페이스북 텅쉰(140조 원)과 검색포털 바이두(60조 원)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TAB’의 시가총액은 400조 원에 이른다. 구글(365조 원) 페이스북(152조 원) 아마존(146조 원) 등 미국 3대 인터넷기업 663조 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다.

반면 네이버(24조 원), 넥슨(4조 원), 엔씨소프트(5조 원) 등 국내외 증시에 상장된 한국 인터넷 및 게임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3위인 기업의 시가총액은 33조 원. TAB가 10배 이상 큰 것이다.

중국 ICT의 비약적 성장은 탄탄한 배경 덕택이다. 우선 폭발적으로 느는 스마트폰 사용자다. 4년 전만 해도 1억 명에 미치지 못했던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매년 1억 명 이상 늘어 올해는 6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의 적극적 장려정책도 ICT 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주로 전자부품 휴대전화 등의 제조업에 무게를 뒀지만 2000년대 들어선 인터넷과 게임 산업 등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투자와 인재 육성을 본격화했다. 중국에서 만난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ICT 생태계에는 불필요한 규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금융·상거래·콘텐츠 등의 시장이 급성장하는 현상 등은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 중국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 모바일 혁명의 주역으로

중국에서는 ‘주링허우’ 세대가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대학을 다니거나 갓 졸업한 나이로 교육 수준이 높고 가정환경이 부유해 구매력이 높다.

이전 세대인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가 PC를 주로 다뤘다면 이들은 모바일에 훨씬 익숙하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소득수준이 높은 연해지역 20대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한국과 흡사한 70%대에 이른다. 류 씨는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연락하고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본다”며 “물건 구매는 물론이고 재테크까지도 모바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중국명 ‘來自星星的니·라이쯔싱싱더니’)는 지상파 TV에 방영되지 않고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링허우들이 열광한 덕분이다.

이들 세대는 중국 인터넷기업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많은 인터넷기업이 자리 잡은 이유도 주위에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풍부해서다. 중관춘 부근에는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런민(人民)대 등 중국에서 손꼽히는 대학들이 몰려 있다. 정보기술(IT) 인재 수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선다.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에서는 바링허우에서 주링허우로의 세대교체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직원의 평균연령은 25.8세로 나날이 젊어진다. 왕안나(王安娜) 바이두 미디어담당자는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세대를 잘 이해하는 젊은 직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어느 때보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 중국 ICT의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한국 긴장해야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의 강력한 인터넷 서비스를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정책 덕분에 중국 ICT 기업들은 인구 13억4000만 명(2010년 기준)인 막대한 내수 시장을 자양분 삼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제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내수 시장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현재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인터넷기업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텅쉰은 2012년 72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의 대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지분 13.8%를 인수했다. 텅쉰은 올해도 CJ그룹 계열 게임사 CJ게임즈에 5300억 원을 투자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 10년간 90여 개의 중국 벤처기업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에 반해 한국 벤처기업은 그라비티 단 1곳에 불과하다.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부연구위원은 “이제 중국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인정해야 한다”며 “중국 ICT 업계의 부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내 ICT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김호경 whalefisher@donga.com
광저우·선전=정호재 기자
#ict#넥슨#텅쉰 알리바바 바이두#별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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