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2대 주주였던 비상장회사의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과도하게 부풀려 관계사들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 불법·편법 경영과 관련해 이들 관계사와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2010년 본인이 2대 주주로 있던 영상물 제작·판매회사인 국제영상 지분 28.8%(4만6000주)를 핵심 관계사인 천해지, 청해진해운, 다판다, 세모, 아해, 문진미디어 등에 4∼5%씩 넘겼다.
국제영상 지분을 넘겨받은 이 회사들의 취득가액을 주식 수로 계산하면 유 전 회장의 지분은 주당 약 6만 원에 거래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이들 회사의 손익계산서에 증여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다”며 “유 전 회장이 지분을 유상으로 떠넘겨 현금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유 전 회장이 손에 쥔 돈은 모두 27억6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국제영상의 재무건전성과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당시 국제영상의 매출액은 18억5000만 원에 불과했고 순손실 규모도 14억8000만 원이나 됐다. 부채비율은 375%를 넘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도 0.54배여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분 강제인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유 전 회장 측 회사들의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11개 계열사와 이들 업체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3곳, 회계감사반 1곳을 대상으로 특별감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상장법인에 대한 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맡게 돼 있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금감원이 회계사회와 공조해 감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줄 구실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용협동조합 10여 곳에 대해서도 이날 특별검사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유 전 회장 관련 회사들은 한평신협(15억 원) 세모신협(14억 원) 인평신협(14억 원) 등 10여 곳의 단위신협에서 100억 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협이 규정을 어기고 대출했는지, 대출자금이 종교단체로 흘러갔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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