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社라더니… 회사 간판도 없는 주택가 2층 가정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페이퍼컴퍼니 3곳 압수수색

“1년 넘게 그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대구 남구 대명동의 단독주택가에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한 주택은 그냥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였다. 집 어디에서도 수년간 수수료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 컨설팅회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그런 업체는 금시초문이며 그냥 이웃과 교류가 없고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집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2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이 주택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개인사업체이자 페이퍼컴퍼니인 ‘붉은머리오목눈이’ 회사의 등록지. 검찰은 이날 이 회사를 비롯해 유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컴퍼니 3곳에 대해 하지도 않은 컨설팅 명목으로 유 전 회장 측 계열사로부터 수수료 200억 원을 챙긴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을 벌였다.

대명동 주택의 나무 대문에는 회사를 알리는 간판 대신 ‘대문 앞 주차 절대금지’라는 경고 문구만 붙어 있었다. 시멘트 벽 안쪽으로 10m가 넘는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는 데다 쇠창살과 담벼락을 담쟁이덩굴이 덮고 있어 밖에서 주택 안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총면적 435.8m²(약 132평)인 2층짜리 집에는 정원과 야외 수영장, 창고로 추정되는 단층 건물이 딸려 있었다. 주택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 명의로 돼 있었다. 이웃 김모 씨(62)는 “사람이 있는 날이 드물어 빈집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반경 50m 안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대구지회와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인 ‘다판다’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열 걸음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엔 구원파 신도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식당이 들어서 있었다. 주민 박모 씨(70)는 “잘 알지도 못하는 유 전 회장 일가 때문에 동네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강남 일대의 페이퍼컴퍼니도 실상은 비슷했다. 장남 대균 씨의 개인사업체인 ‘SL PLUS’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종합상가 2층이 주소지로 등록돼 있었다. 세탁소, 떡집, 분식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1층과는 달리 2층엔 아무 간판도 없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건물 안에는 낡은 악기와 골동품이 쌓여 있었다. 두 개의 계단 출입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시멘트 외벽이 2층 공간을 다른 상가들로부터 분리하고 있었다. 인근 부동산업체 직원은 “2층에 한 번 올라가 본 적이 있는데 사람 서너 명이 앉아 있었을 뿐 컨설팅 업체처럼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198m²(약 60평)가량의 지하 창고에는 ‘다르네 커피’ 등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된 상품명이 적힌 포장재와 택배 상자가 가득했다. 옷걸이에 걸린 셔츠와 아이스크림 상자, 휴대용 조명 상자가 뒤섞여 널려 있었다. 길 건너 바로 옆 건물에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로 알려진 ‘노른자 쇼핑’이 들어서 있었다. 한 상인은 “세월호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장남 대균 씨가 여기에 거의 살다시피 했다. 불법으로 벽을 세워 상가 일부를 막고 아지트처럼 사용하며 밤마다 예배를 해 주변 상인들과 갈등이 많았다”고 말했다.

차남 혁기 씨가 대표로 있는 ‘키솔루션’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대균 씨 소유의 땅에 입점한 초콜릿 상점 ‘드보브에갈레’와 동일한 주소였다. 이곳에도 간판은 없었다. 2층 사무실은 1층 상점 오른편에 있는 철제 쪽문 외에는 출입구가 없었고 벽을 높게 세워 뒤편 건물과 차단돼 있었다. 블라인드가 쳐진 사무실 안은 낡은 샹들리에와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 사무실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곽도영 now@donga.com / 대구=장영훈 기자
#세월호#유병언#페이퍼컴퍼니#세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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