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한인마트. 주말을 앞두고 쿠에토 마리아 씨(37·여)가 장을 보러 나왔다. 버섯과 김, 굴 등을 사러 왔다는 그는 “한 달에 한두 번은 여기서 한국 농산물을 구입하고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이 마트의 구매총괄담당 김병준 이사는 “한인 외에도 한국 농산물을 찾는 현지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농산물 수출 규모는 아직 미국 전체 농산물 수입의 10%에도 못 미치지만 잠재력은 크다. 성장세가 지속적인 데다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이다. 2011년 6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대미 농산품 수출액은 2012년 6억6400만 달러, 지난해 7억4000만 달러로 늘고 있다.
LA 현지를 찾아 세계 최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한국 농산물의 수출 전략을 알아봤다.
○ 다인종에 걸맞은 단계별 전략 세워야
LA는 미국 도시 가운데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미국 전역의 한국 교민 218만 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인 50만 명이 LA에 모여 산다. LA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는 백인 대비 타 인종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인종이 섞여 사는 ‘샐러드 볼(salad bowl)’ 미국의 축소판인 셈이다.
다양한 인종은 기회이자 위험 요인이다. 우리와 음식문화가 비슷한 중국인이나 매운 맛에 익숙한 멕시코인 등 히스패닉계를 공략해 성과를 내면 백인들이 주로 찾는 마트는 물론이고 고급 시장인 홀푸드 등에도 입점을 노려볼 수 있다. 이원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LA 지사장은 “서부에서 반응이 좋으면 미국 전역, 나아가 남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더 넓은 시장에 도전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용이한 한인 시장에 안주할 위험도 있다. 실제 한인들이 많은 미국 풀러턴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 한인마트가 3곳이나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수요가 보장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 아삭한 배-고급 김…차별화된 장점 갖춰라
미국은 대량 생산하는 농산물이 많은 데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품목을 수입한다. 그래서 품질이 월등하게 좋거나 차별화된 장점이 없으면 현지 시장을 뚫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배와 김의 성공은 눈여겨볼 만하다. 배는 자체 경쟁력이 높다. 수분이 적어 퍽퍽한 미국산 배와 달리 한국산은 아삭한 식감으로 인기를 끈다. 한국 농산물을 수입해 현지에 공급하는 무궁인터내셔널의 폴 신 이사는 “2012년 550t 정도였던 배 수입량을 작년에는 1200t으로 늘렸고 올해는 2000t 이상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성공한 예다. 우리가 반찬으로 먹는 김을 이곳에서는 염도를 낮추고 바삭바삭한 식감을 앞세워 건강 과자로 소개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먹을 정도로 인기 간식이 된 덕분에 진입 장벽이 높은 홀푸드나 트레이더조에도 공간을 확보하고 연 매출 1억 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신재근 농협중앙회 LA사무소 차장은 “뚜렷한 차별점 없이 한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대로 가져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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