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덩치는 작아도 농업 하나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나라가 많다. 세계 농산물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럽 국가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나라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농산물 수출에서 유럽 1위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는 농업 강국이다.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아 작물 재배면적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꽃 무역의 60%를 차지하는 네덜란드 농업의 성공 비결은 뭘까.
네덜란드 농업의 경쟁력은 농가의 대규모화, 전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협동조합 형태로 유통을 조직화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는다. 과일과 채소 경매조합 11곳 중 9곳이 합병해 설립된 네덜란드 그리너리(Greenery) 농협은 유럽 최대 청과 도매회사다. 1250여 개 생산농가가 참여해 채소, 과일, 버섯 등 신선농산물을 다룬다. 생산에서 소매까지 체계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일괄적인 품질관리, 연중 상시 공급, 마케팅 및 수출전략 수립 등을 추진한 결과 연간 14억 유로(약 2조9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농가들이 한데 모여 생산하고 유통하다 보니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협상 때 가격 결정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남반구의 뉴질랜드는 농산물의 브랜드화 측면에서 벤치마킹할 만하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키위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제스프리(zespri)’는 뉴질랜드산 키위가 공통으로 채택한 브랜드다. 제스프리는 사실 키위 재배자 2600여 명이 모여 만든 기업의 이름이다. 1980년대 정부 보조금 폐지와 과당 경쟁으로 위기를 맞은 키위 농가들이 모여 100%의 지분을 나눠 소유하는 제스프리를 출범시켰다. 이후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판매량과 가격, 마케팅, 수출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하고 농부들은 키위 생산에 주력했다. 환경친화적 생산과 엄격한 품질관리로 그 맛을 인정받으면서 제스프리는 현재 세계 키위 시장의 4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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