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영화 ‘한공주’ 15만 관객 이끈 힘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30일 06시 55분


사진|영화 ‘한공주’ 포스터
사진|영화 ‘한공주’ 포스터
좌석 점유율은 ‘스파이더맨2’ 능가
무력한 우리 사회 모습 투영 공감


무엇이 이토록 관객을 열광케 할까.

배우 천우희 주연의 ‘한공주’(감독 이수진)가 29일 다양성영화로는 최단기간 15만 관객을 넘어섰다. 17일 개봉 이후 12일 만이다. 다양성영화로서는 많은 편인 200개 스크린을 확보했다고 해도 관객의 꾸준한 선택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한공주’의 흥행을 증명하는 기준치는 좌석점유율이다. 28일 기준 ‘한공주’의 좌석점유율은 14.1%(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같은 기간 박스오피스 1위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10.4%) 보다 점유율이 더 높다. ‘한공주’를 상영하는 극장의 빈자리가 더 적다는 의미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한공주’ 흥행의 힘을 “한국적인 상황이 많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관객이 높은 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화는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잔혹한 실화에 바탕을 뒀지만 관객을 분노에 빠트리는 대신 무력한 사회를 체감하게 만드는 연출법으로 극 중 피해자인 한공주(천우희)를 응원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경찰도, 학교도, 가정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무력한 상황은 현재 우리 사회와 닮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사실 ‘한공주’를 먼저 알아본 건 국제영화제였다. 올해 초 네덜란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대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9개의 상을 휩쓸었다. 29일에는 제68회 영국 애딘버러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식도 전해졌다.

‘한공주’ 해외배급사 화인컷 서영주 대표는 “한 번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가 다른 영화제 경쟁에 진출하기는 어려운데 ‘한공주’는 예외”라며 “섬세하고 진동이 큰 영화라는 평가 속에 특히 여성 바이어들에게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한공주’ 흥행의 이면을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탄탄한 배급사의 지원 탓이라는 의견이다.

전국에 19개 상영관을 갖춘 CGV 무비꼴라쥬가 배급하는 ‘한공주’는 개봉부터 줄곧 200개의 스크린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성영화로 분류된 작품이 대게 100개미만의 스크린에 그치는 상황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공주’의 작품성은 인정하면서도 “개봉부터 스크린 200개를 확보한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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